프로농구 최고 명장인 울산 모비스의 ‘만수’ 유재학 감독이 인정하는 감독이 있다. 바로 제자인 여자 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다. 유 감독은 위 감독에 대해 “나보다 더 지독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여름 나란히 인천아시안게임 남녀 농구 사령탑을 맡아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선수들을 조련했다. 그런데 위 감독은 스승인 유 감독에게 끊임없이 전략과 전술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유 감독은 “여자 농구 훈련이 끝나고 남자 농구 훈련이 있었는데 위 감독은 나가지 않고 끝까지 우리가 훈련하고 있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고 회고했다. 또 “제자이지만 위 감독은 나보다 더 열정적이고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유 감독은 남자 프로농구에서 엄청난 강훈을 통해 다져진 조직력으로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위 감독은 이런 유 감독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오히려 더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비시즌 기간 하루 8시간 이상 지옥훈련으로 선수들을 조련했다. 경기에선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40분 내내 상대를 압박했다. 결국 위 감독은 자신의 ‘스파르타식 농구’로 만년 꼴찌 우리은행을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정상에 올려놓았다.
위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23일 강원도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여자 프로농구 구리 KDB생명과의 원정 경기에서 74대 71로 승리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26승5패를 거두며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었다.
우리은행은 한 때 여자 프로농구에서 미운 오리새끼였다. 2007-2008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 28승127패라는 참혹한 성적으로 4시즌 연속 꼴찌였다. 하지만 2012년 위 감독이 부임하면서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전력 보강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부임 첫 시즌 24승11패로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지난 시즌에도 25승10패로 두 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올 시즌도 1위에 올랐다.
선수들의 정신력도 다른 팀을 압도하고 있다. 처절했던 꼴찌의 아픔을 알기에 선수들은 위 감독의 고된 훈련을 감내하며 승리의 소중함을 만끽하고 있다. 우리은행 박혜진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매일 졌다. 아직도 우리가 1위 팀이라는 게 신기하다”며 “지금도 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세 시즌 연속 통합 우승이다. 위 감독은 “열심히 뛰어준 선수에게 고맙다”며 “남은 기간에는 챔피언결정전에 대비해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으로 여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일정도 확정됐다. 내달 15일 인천 신한은행과 청주 국민은행이 3전2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부를 가린다. 이어 승리한 팀과 우리은행이 내달 22일부터 5전3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갖게 된다.
춘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우리'세상… 우리은행, 女농구 정규리그 3연패
입력 2015-02-24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