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89) 전 국무총리는 부인 고(故) 박영옥(86) 여사 장례 사흘째인 23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휠체어를 타고 나와 조문객을 맞았다. 여야 정계 거물들의 발길은 여전히 끊이지 않았다. 김 전 총리는 꼿꼿한 자세로 이들을 맞이하며 정치역정을 풀어놓기도,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 전 총리와 함께 ‘3김(三金)’ 시대를 풍미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가족들도 빈소를 찾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정오 무렵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윤철구 김대중평화재단 사무총장의 부축을 받고 조문한 뒤 “(박영옥) 여사님이 덕이 좋았다”고 위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도 폐렴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는 부친을 대신해 조문했다.
한때 사이가 서먹했던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이회창 전 총재와 강창희 전 국회의장도 왔다. 이 전 총재는 조문 뒤 기자들을 만나 “정치라는 건 지나면 다 남가일몽(南柯一夢·남쪽 나뭇가지에 걸린 꿈이란 말로 인생의 덧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조문객과 대화 도중 ‘정치는 허업’이라는 지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정치는 키워서 가꿔 열매가 있으면 국민이 나눠 갖지 자기한테 오는 게 없으니 정치인 자신에겐 텅텅 빈 허업이고 죽을 땐 ‘남는 게 있어야지’라고 한탄하면서 죽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정치인이 열매를 따 먹겠다고 그러면 교도소밖에 갈 길이 없다”고도 했다.
이어 좌중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미운사람 죽는 걸 확인하고,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있다가 편안히 숨 거두는 사람이 승자”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는 “대통령하면 뭐하나. 다 거품 같은 것”이라며 “천생 소신대로 살고, 자기 기준에서 못했다고 보이는 사람 죽는 거 확인하고, 거기서 또 자기 살 길을 세워서, 그렇게 편안하게 살다 가는 게 (승자)”라고 덧붙였다.
정홍원·이수성 전 총리,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조일현 전 의원,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 선준영 전 유엔대표부 대사 등도 빈소를 찾았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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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24 02:17 수정 2015-02-24 0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