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인 박상희씨의 장녀로, 박 대통령 사촌언니다. 김 전 총리는 박 대통령의 사촌형부가 되는 셈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직접 조문한 것은 2013년 5월 남덕우 전 총리 별세 이후 처음이다.
비공식 일정으로 진행된 박 대통령의 문상에는 청와대에서 조윤선 정무수석과 민경욱 대변인 등이 수행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오후 4시30분쯤 장례식장에 도착해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영접을 받아 빈소에 들어섰다. 이어 고인 영정 앞에 헌화하고 분향한 뒤 묵념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박 대통령은 허리를 숙여 휠체어에 앉은 김 전 총리의 두 손을 잡고서 “(고인의) 가시는 길 끝까지 정성을 다해 보살펴 주신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흘렸다.
박 대통령은 또 김 전 총리의 아들 진씨와 딸 예리씨, 고인의 남동생 박준홍씨 등 상주들과 차례로 악수하며 위로의 뜻을 건넸다. 이어 빈소에 마련된 내실로 들어가 김 전 총리, 예리씨와 10여분간 대화하며 위로한 뒤 다른 유족들과 인사하고 빈소를 나왔다. 다른 배석자가 없어 박 대통령과 김 전 총리 간 대화 내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김 전 총리가 휠체어를 타고 장례식장 엘리베이터 앞까지 자신을 배웅하자 “나오지 않으셔도 되는데…”라며 다시 한번 악수를 한 뒤 빈소를 떠났다. 박 대통령은 전날 빈소에 조화를 보내 애도의 뜻을 전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조문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시각도 있다. 김 전 총리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초대 중앙정보부장과 국회의원, 국무총리를 지낸 2인자였지만 1975년 총리직을 떠난 이후 박 전 대통령과 멀어졌다. 소원했던 관계는 1980∼90년대에도 계속 이어지다가 김대중정부 당시 추진됐던 박정희기념도서관 건립 과정에서야 관계 회복이 이뤄졌다.
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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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24 02:15 수정 2015-02-24 0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