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한, 우승 한 풀었다… 노던트러스트 오픈 정상

입력 2015-02-24 02:11
재미동포 제임스 한이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노던트러스트 오픈 마지막 날 3차 연장인 14번홀(파3)에서 우승을 결정지은 7m 버디를 잡은 뒤 기뻐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우승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 APAFP연합뉴스

은행 잔고가 없어 프로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광고회사와 신발가게에서 일했지만 프로골퍼를 향한 꿈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재미동포 제임스 한(34·한국명 한재웅)이 마침내 최고의 무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파71·7349야드)에서 열린 노던트러스트 오픈 4라운드. 이날 2타를 줄인 제임스 한은 합계 6언더파 278타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상대는 폴 케이시(잉글랜드), 더스틴 존슨(미국) 등 메이저급 강자들이었다. 2차 연장전에서 케이시를 떨어트린 제임스 한은 3차 연장인 14번홀(파3)에서 7m 버디 퍼트를 넣어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미국에 이민 간 그는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고교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미국학과 광고학을 공부했다. 2003년 대학 졸업 후 약 3개월간 짧은 프로골퍼 선수생활을 했지만 돈이 없어 이어가지 못했다. 전공을 살려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신발가게와 골프용품 매장에서도 근무하며 돈을 모았다. 2007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활동하다가 2008∼2009년 캐나다 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2009년 PGA 2부 투어 출전권을 따내며 정규투어와 2부 투어를 오갔던 그의 PGA 투어 최고 성적은 2013년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서 거둔 공동 3위다.

65번째로 참가한 PGA 투어 무대에서 첫 승을 거둔 제임스 한은 상금 120만6000달러(13억4000만원)를 받았다. 세계랭킹도 297위에서 무려 211계단 올라 86위가 됐다. 오는 4월 마스터스와 2016-2017시즌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3주 후 딸의 출산을 앞둔 ‘예비 아빠’ 제임스 한은 “대회 우승보다 아버지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흥분된다”면서 “상금으로 앞으로 몇 주일간 기저귀를 많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그는 2013년 피닉스 오픈 마지막 라운드 16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싸이의 ‘강남 스타일’ 말춤을 춰 화제가 된 바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