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잔고가 없어 프로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광고회사와 신발가게에서 일했지만 프로골퍼를 향한 꿈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재미동포 제임스 한(34·한국명 한재웅)이 마침내 최고의 무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파71·7349야드)에서 열린 노던트러스트 오픈 4라운드. 이날 2타를 줄인 제임스 한은 합계 6언더파 278타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상대는 폴 케이시(잉글랜드), 더스틴 존슨(미국) 등 메이저급 강자들이었다. 2차 연장전에서 케이시를 떨어트린 제임스 한은 3차 연장인 14번홀(파3)에서 7m 버디 퍼트를 넣어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미국에 이민 간 그는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고교를 졸업하고 UC버클리에서 미국학과 광고학을 공부했다. 2003년 대학 졸업 후 약 3개월간 짧은 프로골퍼 선수생활을 했지만 돈이 없어 이어가지 못했다. 전공을 살려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신발가게와 골프용품 매장에서도 근무하며 돈을 모았다. 2007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활동하다가 2008∼2009년 캐나다 투어로 무대를 옮겼다. 2009년 PGA 2부 투어 출전권을 따내며 정규투어와 2부 투어를 오갔던 그의 PGA 투어 최고 성적은 2013년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서 거둔 공동 3위다.
65번째로 참가한 PGA 투어 무대에서 첫 승을 거둔 제임스 한은 상금 120만6000달러(13억4000만원)를 받았다. 세계랭킹도 297위에서 무려 211계단 올라 86위가 됐다. 오는 4월 마스터스와 2016-2017시즌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3주 후 딸의 출산을 앞둔 ‘예비 아빠’ 제임스 한은 “대회 우승보다 아버지가 된다는 점에서 더욱 흥분된다”면서 “상금으로 앞으로 몇 주일간 기저귀를 많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그는 2013년 피닉스 오픈 마지막 라운드 16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싸이의 ‘강남 스타일’ 말춤을 춰 화제가 된 바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제임스 한, 우승 한 풀었다… 노던트러스트 오픈 정상
입력 2015-02-24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