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등 4명이 흉기에 찔려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이들은 전날 이 아파트로 이사왔다가 하루 만에 변을 당했다. 경찰은 살인 등 혐의로 30대 남성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23일 오전 7시쯤 천안 서북구 직산읍 한 아파트 8층 박모(57)씨 집 안에 고모(31)씨가 들이닥쳐 박씨 일가족 3명을 흉기로 찌른 뒤 달아났다. 충남도소방본부는 아파트 경비원 등으로부터 119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박씨는 곧바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고, 박씨의 아내 정모(51)씨와 딸(21)은 큰 상처를 입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 가족은 전날인 22일 오후 이 아파트에 이사왔으며 고씨와는 일면식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 같은 동 6층에서도 윤모(29·여)씨가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본부 측은 “(윤씨) 집에 있던 어린아이 2명도 함께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사건 현장 인근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6층에서 발견된 여성은 고씨의 아내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고씨가 이날 아침 6층 자신의 주거지에서 8층 피해자 집까지 베란다 쪽에 설치된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고씨가 8층 박씨 집으로 들어가 화장실에 있던 아내 정씨를 흉기로 찌른 뒤 잠을 자던 박씨에게 달려가 흉기를 휘두르며 격투를 벌였다고 밝혔다. 고씨는 이어 온몸에 피를 묻힌 채 황급히 6층 자신의 집으로 내려가 아내의 머리와 얼굴 등을 수차례 찔렀다.
고씨는 2012년 초부터 윤씨와 동거를 하며 딸 2명을 두고 있었다. 그는 동거 초기부터 의처증 증세를 보여 오다 최근 3일 전부터 급격한 불안증세를 보였다고 윤씨가 전했다.
고씨는 범행 이틀 전인 21일 “도청장치를 해 누군가 나를 감시한다” “이상한 사람이 도지사 뺑소니 사건 때문에 죽일 것 같다”며 6차례 112 신고를 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고씨가 횡설수설하고 있어 진술을 받기 쉽지 않다”며 “그러나 그가 정신실환 문제로 치료를 받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민과 친척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천안=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
이사 온 일가족에 칼부림… 1명 사망 3명 중상
입력 2015-02-24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