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11개월 시한부 내각’에 대한 우려가 새누리당 내 분란의 불씨로 커지고 있다. 의원 배지를 단 국무위원 및 후보자 6명에 대한 ‘총선 불출마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다. 김무성 대표가 23일 이들을 향해 “개혁을 성공하지 못하면 (당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포문을 열면서 논란에 불을 댕겼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에서 차출된 국무위원들을 거론하면서 “앞뒤 눈치 보지 말고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시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장관이라는 자리는 한 정치인의 경력 관리로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도 했다.
김 대표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친박(친박근혜) 중진의원 중심의 내각이 꾸려진 만큼 경제 활성화와 공공부문 개혁 등을 소신 있게 추진하라는 당부로 해석됐다. 김 대표는 현역 의원을 겸한 국무위원들에게 “국민들이 약하다고 평가하는 현 정부의 타 부처에 자극을 줘서 성공한 정부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대목이 ‘총선 불출마라는 희생도 감수하라’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시한부 내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 공천권을 쥔 당 대표가 사실상 불출마를 압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에서 차출된 국무위원들이 내년 4·13총선에 출마하려면 선거 90일 전인 1월 14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현재 국무위원으로 차출된 현역 의원은 총리 및 장관 18자리 중 3분의 1이나 된다. 이는 최경환·황우여 부총리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에 이어 이완구 국무총리 등 이미 입각해 있는 4명에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까지 더한 숫자다. 이들이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대거 사퇴할 경우 박근혜정부의 국정 동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 대표는 “대통령께서 당에서 6명씩이나 발탁해주신 데 감사드리지만 이제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 의원 중에서 그만 데려가셨으면 한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당사자 대부분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거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각 인사는 “대표의 주문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와 무관하게 다음 총선에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친정 내각’으로는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에 부닥칠 가능성이 큰 각종 개혁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관 후보자들이 대통령 친위대가 아닌가 할 정도로 친박 인사라는 지적이 많다”고 날을 세웠다.
김병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국회의원을 겸하는 장관들은 표를 잃을 만한 개혁 작업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 성향이 있어 자칫 관료들에게 끌려다닐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김무성 “입각한 의원들 개혁 성공 못하면 돌아올 생각 말라”… ‘11개월 시한부 내각’에 우려 목소리
입력 2015-02-24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