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거치면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분양시장은 후끈 달아오르고, 전세시장은 역대 최악 수준의 대란이 우려될 정도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 들어 8주 연속 오름세를 찍었고, 상승폭도 점차 더 커지고 있다. 전세난에 떠밀려 ‘내 집 마련’에 나선 세입자들이 아파트 매매시장 활성화를 이끄는 분위기다. 서울 노원구의 경우 연휴 직전에 매매가가 전주 대비 평균 0.16% 뛰었다. 월계동 삼호3·4차, 미성 등은 최대 500만원까지 올랐다. 이 지역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3일 “최근 전세와 아파트 구매를 동시에 문의하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매매가는 당분간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전세 물건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인근 지역에서 매매에 나서면서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거래가도 상승세다. 경기도 일산의 경우 주엽동 강선17단지동성, 강선9단지화성 등을 중심으로 설 직전 전주 대비 평균 0.07% 상승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 결과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매매는 6869건으로 2006년 집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달에는 23일 현재까지만 해도 5091건이 신고됐다. 최종적으로는 지난해 2월의 7834건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에도 설이 끼어 있던 1∼2월이 지난 뒤에는 아파트 매매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9년 중 설 이후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가 증가한 경우는 8번이었다.
분양시장 문턱을 크게 낮추는 청약제도 개편이 오는 3월 시행을 예고하면서 청약시장도 지난해 열기를 이어갈 기세다. 건설업계는 다음 달에 총 5만5252가구의 청약물량을 쏟아낼 계획이다. 올해 전체 물량 29만9560가구의 18.4%로 월 단위로는 최대 수준이다. 4월 물량까지 더하면 10만 가구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로 전셋집을 구하거나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힘겨운 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봄 이사철 수요에 더해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되면서다. 당장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 1400가구, 서초구 신반포5차 555가구의 이주가 다음 달로 예정돼 있다. 강동구에서도 이주가 연이어 이어진다. 고덕주공2단지(2771가구)·삼익그린1차(1560가구)가 올 상반기 중 이주를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입주물량까지 줄어들어 전세 수급불균형을 부채질할 것으로 관측된다. 3월 수도권 입주예정 아파트는 2235가구로 2월 입주물량과 비교해 73%나 급감할 예정이다.
김은선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설 연휴 이후에도 전셋값 강세는 계속되고, 매매시장 역시 동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특히 전세살이에 지친 세입자들이 매매에 나서고 있어 매매시장은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현재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매매·분양 ‘훈풍’ - 전세 ‘광풍’… 설 이후 부동산시장 두 얼굴
입력 2015-02-24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