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간 인구 3% 서쪽으로… ‘코소보 대탈출’ 미스터리

입력 2015-02-24 02:03
미래에 대한 좌절감 때문에 최근 들어 조국을 탈출하는 코소보인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족 단위로 국경을 넘다 주변국 경찰에 붙잡히는 경우도 빈번하다. 텔레그래프 홈페이지
요즘 발칸반도의 코소보발(發) 엑소더스 때문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코소보인들이 무턱대고 자국을 떠나 유럽 내 다른 나라에 가서 망명을 신청하는 바람에 각국이 전세기까지 띄워 되돌려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탈출의 배경에는 유언비어와 함께 ‘실패한 정치’가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코소보인들은 이전에도 외국에서 돈을 벌긴 했지만 최근 몇 개월 사이에 나라를 떠나는 정도는 가히 ‘대탈출’이라 부를 만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근 2개월 사이 코소보를 떠난 이들이 5만명에 달한다고 22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인구 180만명의 코소보로서는 전체 인구의 3% 정도가 단 2개월 만에 고국을 떠난 것이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했다. 세르비아의 알바니아계에 대한 인종청소로 야기된 1999년 코소보전쟁의 후유증과 독립 이후 세르비아의 제재 등으로 인해 코소보 경제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실업률은 45%로 치솟았으며 특히 24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60%에 달했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운 게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 데도 최근 고국을 등지는 이들이 폭증한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유럽 각국도 처음에는 ‘미스터리’라고 봤다. 그런데 최근 잘 들여다보니 몇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우선 밀입국 주선자들이 퍼뜨린 유언비어가 유럽행을 부추기고 있었다. 독일이 조만간 자국내 난민들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란 소문이었다. 때문에 코소보인들이 앞 다퉈 독일로 건너가 난민신청을 했다. 하지만 독일은 지금까지 코소보인의 99.7%를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심사에서 탈락한 이들을 비행기를 태워 돌려보내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독일은 여전히 코소보가 시리아 등에 비해선 형편이 낫다고 보고 있다”면서 “전향적인 조치는 뜬소문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독일은 심지어 코소보 난민들이 거쳐 오는 헝가리에 관리들을 보내 밀입국을 단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스트리아 정부 역시 지난 21일 코소보 주요 일간지에 “밀입국 주선업자들에 속지마라. 오스트리아는 난민수용소도 없고 오히려 불법 이민자에게 7500유로(945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또 다른 탈출의 배경은 코소보의 후진적 정치와 행정편의주의 때문이다. 코소보는 지난해 6월 총선을 치렀지만 정쟁으로 인해 지난 12월에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정치가 불안한 상태다. 행정도 엉망이어서 비자발급 관련 약속을 잡는 데에만 6개월이 소요된다. 코소보 수도인 프리슈티나의 쉬펜드 아흐메트 시장조차도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돈이 없어 떠나는 게 아니라 코소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서 떠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세와 25세 아들을 둔 코소보 주민 사디크 불리치(64)씨도 “애들이 도망칠까봐 밤마다 문단속을 단단히 한다”면서도 “그런데 아무 희망이 없는데 언제까지 잡아둘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