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화가? 가난해졌지만 행복해졌어요”… 기자·NGO 수장서 화가로 변신한 김미경씨

입력 2015-02-24 02:13

‘나는 직장을 때려치운 옥상화가입니다.’

지난해 11월 10일 온라인 후원모금 사이트 ‘다음 뉴스펀딩’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전시회를 열 갤러리 대관료와 기부금 200만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한 달 만에 배가 넘는 419만원이 모였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첫 개인전 ‘서촌 오후 4시’를 여는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 출신의 김미경(55·사진)씨 이야기다.

김씨는 2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문기자로 일한 20여년과 그 후 7년여의 직장생활을 “화가라는 꿈을 가진 개인적 자아를 사회적 자아로 억누르며 살아왔던 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화가로 사는 건 1억년 후에나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었다”고 덧붙였다. 1989년 사내 그림 모임에서 활동한 뒤 20여년간 그림은 취미이자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김씨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무슨 화가가 되겠다는 거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나는 퇴근하면 계속 그림만 그리다 쓰러져 잠들곤 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초 아름다운재단에 사표를 내고 1년간 거리와 옥상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살았다. 그의 펜을 사로잡은 곳은 서울 통의동 누하동 일대인 서촌(西村)이었다. 대학시절의 향수가 남아 있는 장소이자 2012년 7년간의 미국 생활에서 돌아와 자리 잡은 곳이었다. 서촌에서 그림을 그리며 생계를 위해 일주일에 사흘을 전 직장 인근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김씨는 “예전보다 가난해졌지만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인생을 24시간으로 환산했을 때, 내 인생은 오후 4시쯤이 아닐까 싶다. ‘서촌 오후 4시’는 인생의 오후 4시를 서촌에서 보내고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면서, 오후 4시만큼 무르익은 서촌의 풍경을 뜻한다.” 그의 전시회는 다음 달 1일까지 열린다.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