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품 상습 사기범, 경찰 지망생에 딱 걸렸다

입력 2015-02-24 02:13
‘이거 사기 아냐?’

경찰 지망생 정준범(23)씨는 지난달 20일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서 설모(30)씨가 올린 오토바이 판매글을 보고 설씨에게 130만원을 송금했다. 군 제대 후 반년간 공사장 아르바이트 등으로 모은 돈이었다. 경찰시험을 준비하며 학원을 편하게 오가려면 오토바이가 필요했다. 돈을 받은 설씨는 전화로 “30분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연락을 끊었다.

정씨는 바로 자체 ‘수사’에 착수했다.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 치트’에서 설씨의 계좌번호를 조회했다. 설씨에게 당한 사람들의 사례가 이미 숱하게 올라와 있었다. 이후 중고 거래 사이트의 댓글을 검색하고 설씨의 SNS 계정을 뒤진 끝에 설씨가 같은 수법으로 여러 차례 범행해온 상습 사기꾼임을 확인했다.

정씨는 설씨의 SNS 계정 중 한 곳에서 설씨의 친구 연락처를 찾아냈다. 신용불량자인 설씨에게 사기 행각에 사용된 휴대전화를 빌려준 피해자였다. 정씨는 그에게 설씨가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정씨는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서 자신이 모아둔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그 친구와 만나려고 나온 설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설씨의 사기 범행은 20건, 피해금액은 2300만원이 넘었다. 설씨는 주로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오토바이, 헬멧, 휴대전화 등을 시세보다 낮은 금액으로 팔겠다는 글을 올려 사기행각을 벌였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설씨를 구속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