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2년 동안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은 내우외환의 힘든 시기를 보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 중국과 선진국 사이에 낀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한계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박근혜정부는 규제개혁와 창조경제라는 두 가지 핵심 고리로 위기를 해소하려 했지만 성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기업 정책의 방향은 맞고 의지는 강했지만, 뚜렷한 실속이 없었다는 게 대기업의 일반적인 평가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23일 “가짓수는 많고 밥상도 많이 차렸는데, 맛있고 몸에 좋은 게 별로 없었다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인위적인 부양의 시대는 이미 끝났고, 세월호 등 정부의 운도 따라주지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최근 2∼3년간 전반적인 실적 약화 현상은 뚜렷하다. 10대 그룹 중 삼성 SK 한진 그룹 3곳을 제외한 7개 그룹의 지난해 말 시가총액이 박근혜정부 1년차인 2013년 말 시가총액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매출액 역시 10대 그룹 중 삼성 LG 롯데 등 3개 그룹만 전년(2012년)에 비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그룹도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5조2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며 3분기에 비해 나아진 실적을 보였지만, 미래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1.8% 늘어난 505만대로 잡았다.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자는 보수적인 목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그룹들은 2년간 심각한 오너 리스크를 경험했거나 아직도 위기상황을 겪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5월 쓰러진 뒤 병원에 9개월째 입원 중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이 회장의 리더십과 결단력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SK 최태원 회장은 2013년 1월 법정 구속된 이후 재계 총수로는 최장 기간인 만 2년 이상 수감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한진그룹도 땅콩회항 사건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이 수감되면서 그룹 전체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롯데그룹은 제2롯데월드 안전성 논란으로, 현대중공업과 포스코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과 업계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박근혜정부의 대표적인 기업 정책인 규제개혁과 창조경제는 아직 성과를 말하기 이르다. 규제개혁과 관련해 일단 규제건수 증가세는 꺾였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만5313건으로 최고점을 찍었던 규제건수는 23일 현재 1만4662건으로 줄었다. 그러나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 목소리에 비하면 실적이 미미한 데다 기업들이 규제완화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창조경제 역시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방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건립됐지만, 성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도영 노용택 기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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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24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