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논쟁-이래서 반대] 미래 세대 몫 희생시켜 현재 행복 추구 안될 말

입력 2015-02-25 02:01 수정 2015-02-25 19:13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8일 강원도 양양군 오색리에서 설악산 끝청봉에 이르는 3.5㎞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청봉 부근까지 케이블카를 올리는 것은 강원도와 양양군의 숙원사업이지만 고산지대 생태계 훼손 등의 이유로 매번 국립공원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케이블카 확충’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주관한 무역투자진흥회의 때 관광·콘텐츠 분야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에 포함되면서 청와대가 강원도의 사업 추진을 밀어주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녹색연합이 끝청봉 근처 케이블카 건설 예정지 내 해발 1100m 지점에 설치한 무인 카메라에 멸종위기 동물인 산양의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더 가열되고 있다. 산양 서식지의 분할과 멸종 우려는 케이블카 추가 건설에 반대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다. 반면 강원도는 노약자나 장애인에게도 설악산의 빼어난 경관 조망을 허용하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찬반 양쪽의 의견을 들어본다.

이래서 반대
윤여창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전 한국임학회 회장

설악산에 산양이 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속초의 설악동에 한 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다면 그곳에 케이블카가 있음을 알 것이다. 안타깝게 케이블카가 놓인 그곳에서는 산양은 발길을 끊는다. 그래서 산양 서식처는 작은 조각으로 분할되고, 산양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다는 것은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작년에 130여억원의 국가 예산을 반달가슴곰, 산양 등 멸종위기종의 복원과 보전을 위해 사용했다. 그런데 등산객이 몰리는 등산로 주변에 반달가슴곰이나 산양은 살지 않는다. 그래서 정부는 이들 야생동물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중에서 살게 하고 있다. 설악산 지리산 소백산 등 면적이 비교적 넓은 국립공원이 그런 곳이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은 약 143년 전 지정된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다. 미국 정부가 세계에서 처음 도입한 국립공원 제도는 미래세대를 위해 자연 그대로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은 48년 전인 1967년에 지정된 지리산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자연유산을 미래세대를 위해 그대로 보전하고자 하는 현세대의 자기절제의 숭고한 이념적 표상이다.

그런데 이명박정권에서 시작해 박근혜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는 녹색성장 정책은 미래세대의 몫을 희생시켜서라도 경제 성장을 우선해 추진하겠다는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처인 국립공원의 심장부까지 관광 개발을 위한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미래세대의 몫까지 희생시켜서라도 현세대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허용하겠다는 정책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모든 정책의 변화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사회적 요구가 사회의 일부를 위한 것이고 장기적인 국가 발전을 희생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정책의 시행은 신중해야 한다. 국립공원 정상 부근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의 득과 실을 따져봐야 한다.

케이블카를 국립공원 정상에까지 설치한다면 더 많은 관광객이 그 국립공원을 찾을지 모른다. 그러나 케이블카가 설치되지 않은 국립공원은 관광객의 발길이 더 뜸해질 것이다. 국립공원을 찾는 관광객의 총수는 케이블카 설치 유무와 관계 없이 거의 일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적인 견지에서 보면 경제적 득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케이블카를 설치한 국립공원은 다른 지역의 몫을 빼앗아갈 수는 있을지 모른다. 설악산이나 지리산처럼 자연풍광이 수려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놓이게 된다면 다도해국립공원이나 주왕산국립공원처럼 찾는 이가 많지 않은 곳을 방문할 수 있는 탐방객이 설악산이나 지리산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이는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내게 된다.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설치될 경우 우리들이 즐기고 없애버린 국립공원의 많은 자연유산은 우리 후손의 시대에는 남아 있지 않게 될 것이다. 미래세대에게 물려주려고 큰돈을 들여 복원하고 있는 반달가슴곰, 여우, 그리고 산양 같은 동물들은 더 이상 이 땅에 살지 못하게 되고 전설 속 동물로 남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 가운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전체의 5%가 채 되지 않는다. 이 정도의 국립공원이라도 자연 그대로 잘 보호해 우리 선조들에게서 물려받은 그대로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도리 아니겠는가.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