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부재 CJ, APL로지스틱스 인수戰 고배

입력 2015-02-24 02:13
CJ그룹의 싱가포르 물류기업 APL로지스틱스 인수가 무산됐다. 재계에서는 이재현 회장이 2013년 7월 구속되며 총수 공백이 장기화된 데 따른 ‘오너 부재’의 충격이 가시화된 사례로 보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3일 마감된 APL로지스틱스 본입찰에서 일본 물류기업인 KWE에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고 23일 밝혔다.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강해진 일본기업이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 데 반해 오너 부재 3년째를 맞은 CJ대한통운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게 결정적 이유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APL로지스틱스 인수적격 후보로 선정됐던 CJ대한통운은 이번 인수전 무산으로 글로벌 물류기업 도약의 기반 마련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게 됐다.

APL로지스틱스 인수에 성공한 KWE는 2013년 기준 연매출 2조7000억원에 시가총액 1조3000억원인 기업이다. 이번 입찰에서 1조3500억원가량의 금액을 제시해 CJ대한통운을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APL로지스틱스는 싱가포르 국영선박회사인 NOL의 자회사로 64개국, 110개 물류거점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8000억원이며 직원 수는 5600여명이다.

이번 본입찰에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미국·일본 물류기업 각 1곳, 글로벌 사모펀드 KKR 등 총 4곳이 참가해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적정 인수가로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수준을 예상했으나 매수 희망자들의 인수 의지가 강해 경쟁이 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관계자는 “인수·합병(M&A)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가격인데 전문 경영인으로서는 베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2013년에도 미국과 인도 물류기업 인수를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지난해 수도권에 구축하려던 물류허브 프로젝트도 무기한 연기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