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마치고 지난 17일 퇴임한 신영철 대법관의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 대법관 공백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여야 대립으로 열리지 못해서다. 야당은 검사 출신인 박 후보자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수사참여 경력을 문제삼아 사퇴를 요구하며 청문회를 사실상 보이콧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이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어 야당이 보이콧 방침을 철회하지 않는 한 청문회는 열리기 어렵다.
안타까운 일이다. 대법관 인사청문회는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은 대통령이 임명 전에 국회 동의를 받기 위한 법적 절차다. 후보자가 대법관으로서의 역량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자리다. 그럼에도 야당이 박 후보자에게 청문회에서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법치의 근본을 훼손하는 일이다.
박 후보자의 박종철 고문사건 관련 이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1987년 당시 그가 수사팀의 막내 검사였다지만 고문 경찰관이 3명 더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추가 수사에 즉각 착수하지 않았다는 야당의 비판은 일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안기부 주도의 관계기관대책회의가 사실상 수사를 지휘했던 특수한 정치 상황에서 박 후보자의 역할이 극히 제한적이었을 것이란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어쨌든 그가 청문회에 설 자격조차 없을 만큼 크나큰 흠집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인사청문회를 지체 없이 개최하는 것이 옳다.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를 상대로 당시 처신을 면밀하게 따져본 뒤 본회의에서 표결로 가부를 마무리짓는 게 순리다. 청문회에서 부적격 사유가 드러나면 당연히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 야당이 공직후보자의 28년 전 이력에 대해 의혹만 갖고 사퇴를 요구하며 청문회를 거부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일 뿐이다.
[사설] 박상옥 대법관 후보 청문회 지체없이 열라
입력 2015-02-24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