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검찰이 재판에 넘긴 피의자 1만명 중 59명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1%에 미치지 않는 작은 비중이지만 2000년대 이후 이 수치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법원의 엄격한 증거 제출 요구 등 강화된 공판중심주의를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23일 대검찰청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심 무죄율은 0.59%다. 2000년 0.08%에서 해마다 늘어 2011·2012년 0.63%를 기록했다. 2013년 0.55%로 낮아졌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바뀌었다. 서울의 한 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초임 시절이던 1990년대 후반만 해도 1심 무죄율이 0.03% 수준이었는데, 당시와 비교하면 폭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죄율이 높아지다 보니 미결구금(형 확정 전 도피·증거인멸을 막고자 가두는 일)을 당한 형사 피고인이 받는 보상금의 규모도 커졌다. 지난해 법원 명령으로 지급된 형사보상금은 851억원으로 2013년(546억원)보다 305억원(55.9%) 늘었다. 지급건수도 3만77건으로 2013년(2만7100건)에 비해 2977건(11.0%) 증가했다.
검찰은 이를 엄격한 증거 수집 등 새로운 형사재판방식에 따른 환경변화 때문이라고 본다. 수사 단계에서 수집된 증거보다 법정에서 심리 중 제시된 증거에 더 높은 가치가 부여된다는 것이다. 피의자가 범행을 자백한 사건에서도 재판부가 자백 여부를 일일이 재확인하는 경향이 생겼다. 그 과정에 진술이 번복되면 기존 진술에 신빙성을 두기보다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추세다.
강화된 공판중심주의는 지난해 검찰의 공안사건 수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도 지목돼 왔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피고인이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으면 증거로 인정받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엄격해진 법원의 태도를 무겁게 받아들인 검찰은 대공사건 수사 위축을 우려해 증거 능력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 판단까지 구하는 중이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은 최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판결에도 “증거 능력에 대한 최종심의 판단을 구하겠다”며 상고를 선택했다.
다만 무죄율 상승세를 검사의 과오(過誤)와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법무부의 ‘무죄 등 사건 평정(評定)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무죄 평정 사건 8163건 중 1488건(18.2%)이 수사 미진, 공소유지 소홀 등 검사 과오로 분류됐다. 이 수치는 2009년 633건을 기록한 뒤 꾸준히 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법원 공판중심주의 강화 탓? 검찰 과오 탓? 1심 무죄율 해마다 늘어
입력 2015-02-24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