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미수교국

입력 2015-02-24 02:10

막판을 향해 치닫고 있는 ‘2014∼15 프로배구 V리그’는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의 선두 다툼이 치열하다. 두 팀의 뛰어난 성적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두 팀 모두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이 길어 ‘레오’로 불리는 삼성화재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와 OK저축은행의 로버트랜디 시몬 아티 선수가 그들이다. 두 선수는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담당할 정도로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특히 지난 시즌 하위권에 머물렀던 팀을 일약 선두권으로 뛰어오르게 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OK저축은행 시몬의 활약은 눈부시다. 현재 최고의 외국인 선수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시몬과 레오 모두 공교롭게도 쿠바 출신이다. 우리나라와 국교 관계가 없는 쿠바인이 한국 프로무대에서 뛰어도 팬들의 거부감을 찾아볼 수 없다. 쿠바가 북한인권결의안 등 한반도 관련 의제가 국제무대에 상정될 때마다 언제나 북한 편을 든 몇 안 남은 북한의 맹방인데도 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미·쿠바 관계 정상화 선언 이후 우리나라도 1959년 카스트로 정권이 들어서면서 끊겼던 쿠바와의 국교 수립에 재시동을 걸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13일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한국 문학의 밤’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세계인이 열광하는 한류가 ‘카리브해의 보석’에도 상륙하면 양국 수교에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은 분명하다.

현재 우리나라와 외교 관계가 없는 나라는 쿠바를 포함해 시리아, 마케도니아, 코소보 4개국이다. 이 가운데 쿠바, 시리아, 마케도니아는 북한 단독 수교국이고 2008년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는 남북 동시 미수교국이다. 한·쿠바 수교가 이루어진다면 북한엔 한·중 수교에 버금가는 충격파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지금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