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논쟁-이래서 찬성] 공유자원 접근성 강화 복지 시대의 요청이다

입력 2015-02-25 02:55 수정 2015-02-25 19:12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8일 강원도 양양군 오색리에서 설악산 끝청봉에 이르는 3.5㎞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청봉 부근까지 케이블카를 올리는 것은 강원도와 양양군의 숙원사업이지만 고산지대 생태계 훼손 등의 이유로 매번 국립공원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케이블카 확충’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주관한 무역투자진흥회의 때 관광·콘텐츠 분야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에 포함되면서 청와대가 강원도의 사업 추진을 밀어주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녹색연합이 끝청봉 근처 케이블카 건설 예정지 내 해발 1100m 지점에 설치한 무인 카메라에 멸종위기 동물인 산양의 모습이 포착됐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더 가열되고 있다. 산양 서식지의 분할과 멸종 우려는 케이블카 추가 건설에 반대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다. 반면 강원도는 노약자나 장애인에게도 설악산의 빼어난 경관 조망을 허용하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찬반 양쪽의 의견을 들어본다.

이래서 찬성
고동완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한국관광학회 부회장

수려한 자연경관을 지닌 설악산국립공원은 한반도 백두대간의 중추로 겨레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는 민족의 자산이자 국민의 자부심이다. 국립공원은 이용의 배제성은 없지만 공원 관리를 위해 추가적인 다른 사람의 이용은 제한될 수 있는 경합성을 가지는 공유자원이다. 지속 가능한 개발의 패러다임으로 보면 우리는 설악산을 미래세대에게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이며, 굳게 지키고 의연하게 물려줘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빼어난 자연자산을 불구나 기형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온전하게 물려줄 수 없다면 당장 걷어치우는 것이 도리다. 공유자원임을 내세워 누군가가 과도한 이용으로 자원의 가치를 고갈시키거나 사유화하려 한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총 사업비의 세 배에 이르는 1287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숫자에 현혹되고 있다면 정신을 바짝 차릴 일이다. 이 숫자들은 모두 추정으로 실현 가능성이 보증되지도 않지만 후손에게 잠시 빌려 쓰는 유산을 돈으로만 계산할 일은 아닌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타가 인정하는 경제대국이자 민주국가로 그에 걸맞은 국민행복을 위한 복지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제 국민의 여가관광은 행복추구권 범주에서 국민의 권리로 인정되고 뒷받침돼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여가관광 자원의 개발과 공급 의무가 있다.

국립공원이라는 공유자원은 공공부문에서 공급할 수 있는 여가관광 자원의 핵심으로 보존과 이용의 합리적 선택을 요구해 왔다. 미래세대로부터 빌려 쓰고 있는 자산을 그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국민의 건강과 행복, 복지에 기여하고 물려줄 수 있다면 최고의 선택인 것이다. 또한 100세 시대의 여가관광이라는 맥락에서 노약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이용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사실 케이블카 설치 공사에 의한 환경 훼손은 최근의 진일보한 공법을 감안하면 미미할 것이다. 지주 등에 의한 시각적 이질성을 최소화하는 노선 선택과 구조물 형태 등의 경관영향 저감 방안도 수립돼야 할 것이다. 오색약수터∼끝청봉 구간 케이블카 설치가 어쩌면 설악동 지역에 지나치게 몰리는 탐방객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탐방로 답압(踏壓·밟는 압력)에 의한 표토 유실 및 식생 훼손의 문제와 관리 비용 측면에서 보면 오색 케이블카 설치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산림휴양학 분야에서 1960년대 이후 굳건하게 사용된 휴양기회스펙트럼(ROS)은 자연환경 자원을 보존지역과 이용지역의 스펙트럼으로 구분해 관리하는 접근이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개발 패러다임과 함께 대두된 허용변화한계(LAC) 관점은 인간의 이용에 의한 변화를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는가의 범위를 보존과 이용의 논거로 한다.

환경단체의 지적처럼 케이블카 설치로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산양이 멸종한다면 큰일이다. 동식물 생태계 교란 및 자연환경 훼손이 대체 또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라면 당연히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케이블카 설치와 이용에 의한 변화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라면 공유자원의 공공적 이용에 의한 국민의 편익을 마냥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국립공원은 공유자원이라는 점에서 공공적 이용이 전제되어야 하고, 국가기관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주체가 되는 것도 바람직하다. 국립공원이라는 자연이 가진 고유한 가치, 미래세대에게 온전하게 물려줘야 할 자산이라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공유자원의 조화, 균형을 이루는 보존과 이용을 강구할 때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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