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연어통조림이 수산물통조림의 왕좌를 지켜온 참치통조림에 도전장을 냈다.
1980년대 초 등장한 참치통조림은 꽁치와 골뱅이를 물리치고 ‘국민통조림’으로 자리 잡았다. 30년 가까이 국내 수산물 통조림의 최강자로 군림해 온 참치통조림에게 2013년 봄 시장에 등장한 연어통조림이 “이젠 연어야∼”라면서 살살 약을 올리고 있다. 연어통조림은 ‘4세대 수산물 통조림 시대’를 열겠다며 큰소리다.
2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어통조림 시장은 총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참치 통조림 시장 규모는 4000억원대다. 참치통조림이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면서 연어통조림에게 코웃음 칠만한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연어통조림의 신장세가 무섭기 때문이다.
2013년 4월 국내 통조림시장에 연어통조림을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CJ제일제당의 ‘알래스카 연어’는 지난해 1000만개 이상 팔렸다. 2013년 총 판매개수 340만개에 비하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다른 통조림 업체들도 연어통조림을 잇달아 내놓고 있어 2017년에는 연어통조림 시장 규모가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식품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연어통조림은 참치통조림에 이어 통조림 시장 간판 제품으로 자리 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연어통조림의 무서운 성장세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제품군 확대와 레시피 마케팅, 브랜드 인지도 구축 등이 크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연어통조림을 출시한 업체들은 대중적인 참치캔과 같이 다양한 종류의 제품으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여러 가지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알래스카 연어 고소한 현미유’ ‘알래스카 연어 깔끔하게 매운맛’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 ‘알래스카 연어 레드칠리’ ‘알래스카 연어 화이트마요’ ‘알래스카 연어 옐로우커리’ 등 총 3종의 추가 신제품을 선보였다.
연어통조림을 출시한 업체들은 연어통조림이 참치통조림보다 더 다양한 요리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레시피 마케팅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대형마트나 온라인을 통해 연어통조림을 활용한 레시피를 소개하는 한편 시식회도 마련하고 있다.
CJ엠디원 이진호 셰프는 “김치찌개, 볶음밥, 미역국, 파스타, 샐러드, 샌드위치 등 동서양 음식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셰프는 특히 “‘연어는 비리다’는 인식을 갖고 있던 소비자들도 한번 시식해본 다음에는 대부분 ‘참치보다 부드럽고 담백하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웠다”고 전했다. 참치는 약간 퍽퍽하면서 잘 부스러지는 반면 연어는 식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잘 부스러지지 않는다. 또 연어는 쫄깃해 씹는 맛도 즐길 수 있다.
연어는 영양적인 면에서도 뛰어나다. 연어는 미국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 푸드 중 유일한 생선이다. 연어에 들어 있는 성분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EPA, DHA 등 오메가-3 지방산(불포화지방산)이다.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 등 혈관 질환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심장학회는 매주 2회 정도 연어 등 기름진 생선의 섭취를 권장할 정도다.
연어에는 비타민A, 비타민B군, 비타민D, 비타민E 등도 풍부하다. 특히 연어에 풍부한 오메가-3와 DHA, 비타민E는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영양소들이다.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은 연어를 그동안 가정에서 쉽게 즐길 수 없었던 것은 손질이나 조리 방법이 복잡했기 때문. 연어통조림의 등장으로 이 같은 걱정이 말끔히 사라진 셈이다.
TV CF도 국민들의 입맛을 바꾸는 데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TV화면에선 ‘국민짐꾼’ 이서진과 ‘국민엄마’ 김혜자가 앞다퉈 ‘알래스카 연어’를 먹어보라고 유혹한다. 수산물통조림에 덤덤했던 이들도 연어통조림을 한번쯤 먹어보고 싶게끔 만들고 있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니 형님인 참치통조림이 수산물통조림 왕좌를 지킬지, ‘청출어람’이라고 아우인 연어통조림이 새 국민통조림으로 등극할지 지켜볼 만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국민 통조림’ 참치 비켜! 무섭게 크는 연어통조림
입력 2015-02-24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