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인천 일신중앙교회] 가장 역할하던 사모 백혈병… 성도들 도움으로 버텨

입력 2015-02-24 02:55
지난 16일 인천 부평구 일신중앙교회에서 만난 양계승 목사(오른쪽)와 김명선 사모. 김 사모가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데도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인천=강민석 선임기자
“집사람이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슴이 너무 갑갑했습니다. 산에라도 올라가 마음껏 소리 지르고 싶더군요. 지난해 연말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지난 16일 인천 부평구 일신중앙교회에서 만난 이 교회 양계승(43) 목사의 이야기다. 그의 아내인 김명선(43) 사모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다. 양 목사는 “아내가 백혈병 진단을 받으니 눈앞이 캄캄했다. 하나님이 참 짓궂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양 목사가 “하나님이 참 짓궂다”고 말한 건 이들 부부의 기구한 사연 때문이다. 성결대 신학과와 협성대 신학대학원을 나온 양 목사는 2006년 부평구에 로뎀나무교회를 개척했다. 개척교회 대다수가 그러하듯 교회 운영은 쉽지 않았다. 전도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다.

일신중앙교회 담임목사를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은 건 지난해 10월 24일이었다. 출석 교인이 약 40명밖에 안 됐지만 3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교회였다. 양 목사는 기꺼운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나흘 뒤 양 목사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그달 초 부부가 함께 받은 건강검진 결과 아내의 몸에 이상이 있다는 통보였다.

“처음엔 빈혈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골수 검사까지 받아보라고 하더군요. 결국 아내는 곧바로 입원해 검사를 받았고, 집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11월 2일 부임 예배를 드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아내는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확진 판정을 받았지요. 서울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야 했기에 새로운 목회 계획을 세울 수가 없더군요. 연말 내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어요.”

김 사모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경기도 부천시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심리 치료사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개척교회 목사여서 벌이가 변변찮은 남편을 대신해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한 셈이다. 양 목사와 김 사모 사이엔 올해 각각 열다섯 살, 열두 살이 된 아들 두 명이 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는 김 사모도 동석했다. 김 사모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며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다. 백혈병 진단을 받았을 때의 심정을 묻는 질문에도 환한 미소부터 지었다.

“물론 저를 이렇게 만든 하나님이 미울 때도 있어요(웃음). 하지만 저를 더 크게 사용하시려고 이런 고난을 주신 것 아닐까요. 성경에서 욥이 겪는 고난에 비하면 저의 병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는 약도 먹고 있고 다양한 치료를 받으니까요.”

김 사모는 한 달에 한 번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혈액검사를 받는다. 병원에 갈 때마다 약을 처방받는데, 약값만 한 달에 20만∼30만원이 든다. 지난해 11월 입원했을 때는 일주일치 입원비와 각종 검사비로 병원비가 100만원 넘게 나왔다. 부부에겐 적지 않은 부담이다.

양 목사는 “일신중앙교회 성도들의 도움 덕분에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성도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라고 했다. “새 목회지로 와서 성도들에게 처음 전한 소식이 아내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거였어요. 얼른 아내의 병이 나았으면 합니다. 하나님의 기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밝은 모습이던 김 사모도 인터뷰 말미엔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 이야기를 하면서였다. 그는 “아들들이 장가가는 모습은 꼭 보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인천=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