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마지막 입맞춤으로 64년 내조 부인과 작별

입력 2015-02-23 03:54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2일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에서 눈물을 흘리자 장녀인 예리씨가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있다. 구성찬 기자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이른바 ‘3김(金) 시대’의 한 축을 이뤘던 김종필(JP·89) 전 국무총리의 부인 박영옥 여사가 21일 밤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김 전 총리는 박 여사의 임종에 임박해 의료진 등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한 뒤 부인과 마지막 입맞춤을 나눴다. 부인의 손을 꼭 잡으며 “나도 머지않아 가야 하니까 외로워 말고 편히 쉬라”고 작별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64년 전 부인에게 선물했던 결혼반지를 목걸이에 매달아 부인의 목에 걸어주며 흐느꼈다.

김 전 총리는 임종을 지킨 후 과거 결혼식 당시 고인의 작은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결혼선물로 황소 한 마리를 보낸 일화 등을 회상하며 “허무하다”면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김 전 총리는 22일 조문객들을 만나서도 “난 마누라하고 같은 자리에 누워야겠다 싶어서 국립묘지 선택은 안 했다”며 “집사람하고 같이 눕고 싶은데 부부가 같이 현충원에 가는 건 대통령이나 그렇다고 한다. 국립묘지에 가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또 “난 외로워서 일찍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정치를 잘하면 열매는 국민이 대신 따먹으니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는 말도 했다. 묘비에는 ‘영세(永世)의 반려로서, 끝없는 세상의 반려로서 이곳에 누웠노라’고 적겠다고 했다.

박 여사는 척추협착증과 요도암으로 투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 본인도 2008년 말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야 했으나 밤늦게까지 고인의 병상을 지키며 간호했다. 중앙정보부장과 9선 국회의원, 두 차례 국무총리를 지낸 김 전 총리를 64년간 그림자처럼 내조했던 부인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생전 김 전 총리에 대해 “남편을 하늘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점수를 매긴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박 여사는 전두환 신군부 시절 김 전 총리가 부정축재 혐의로 연행됐을 때 남편 구명운동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경북 선산군(현 구미시)에서 태어난 박 여사는 서울 숙명여대 국문학과를 나왔다. 구미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1951년 2월 박 전 대통령을 통해 김 전 총재를 만났다. 슬하에는 김진 운정장학회 이사장과 김예리 Dyna 회장 등 1남1녀가 있다. 박 여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셋째 형 박상희씨의 장녀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언니다. 그러나 교류가 빈번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동생 근령씨와 지만씨는 빈소를 찾았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