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중·고교생에게 희망 직업 물었더니… 판사·의사·연예인도 밀어낸 ‘교사’

입력 2015-02-23 02:11

서울의 한 사립명문대 어문계열을 졸업한 A씨는 올해 지방의 한 교육대학에 편입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취업이 어려워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함이다. A씨 같은 사례는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초등학교 교사 임용고시 자격이 주어지는 교육대학의 경쟁률은 이미 몇 년째 상승 중이다. 교사인 여성이 최고의 신붓감이던 시절을 지나 ‘남자 선생님’ 선호도도 매우 높아졌다. 교사를 선호하는 추세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취업시장이 갈수록 어둡고 팍팍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교사가 ‘성공적 직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정적 직업이 최고? 중·고생 교사 선호 1위=22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2014년 학교 진로교육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남녀 중·고등학생과 여자 초등학생들이 가장 희망하는 직업은 모두 교사였다. 개발원이 지난해 7월 초등학생 7만3262명, 중학생 6만2203명, 고등학생 4만493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학생들의 교사 희망 추세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정도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고생(15.6%)뿐 아니라 남고생도 9%가 각각 교사를 가장 희망하는 직업으로 꼽았다. 중학생의 경우 여학생은 19.4%, 남학생은 8.9%가 선생님이 되는 것을 꿈꿨다.

이어진 선호 직업에서 남고생은 박사와 과학자 등 연구원(5.0%), 회사원(4.5%), 경찰관(4.2%) 등을 꼽았다. 여고생은 연예인(3.6%)을 그 다음으로 희망했지만, 박사·과학자 등 연구원(3.3%)이나 경찰관(2.9%) 등도 다수가 희망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남학생들이 주로 선호하던 경찰관이 여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업군에 들어간 것이다. 판·검사나 변호사 등 법조인은 5위권 내에 들어가지 못했다. 과거에 비해 안정적인 직업군에 대한 희망도가 높아지고, 우리 아이들도 점점 모험심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팍팍한 어른들의 삶…올해 취업시장 더 어두워=학생들이 안정적 직업을 희망하는 데는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의 영향이 단연 크다. 설문에 응답한 고등학생 중 31.8%가 부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매일같이 접하는 현실 상황에서 학생들도 자유롭지 않다는 분석이 높다. 취업시장이 나아지기보다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도 지난해보다 취업 상황이 더 나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올해 초 한국의 BSI(Business Survey Index·기업경기실사지수) 인력사정지수는 94로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BSI 인력사정지수는 ‘인력 과잉’으로 응답한 업체 수에서 ‘인력 부족’으로 응답한 업체 수를 뺀 뒤 100을 더해서 구하는 수치로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의 고용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BSI 인력사정지수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 105까지 치솟은 뒤 2013년 4월 88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90선 위로 올라섰다가 올해 94로 뛰어올랐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기업의 채용 유인이 줄고 가계의 취업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