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섬김·나눔… 한국교회의 설 연휴] 판문점에서 JSA 韓·美 장병들 ‘떡국 잔치’

입력 2015-02-23 02:58
20일 경기도 파주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한·미 장병들이 기독 탈북민들이 만든 북한음식 ‘감자 오그랑 떡국’을 맛보고 있다. 파주=강민석 선임기자

2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민간인통제선을 지나 차로 10분쯤 들어가자 미국 성조기가 보이는 부대가 나타났다. 북한군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근무하는 한·미 연합부대인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였다.

시선을 북쪽으로 돌리자 우뚝 솟은 철탑 꼭대기에 펄럭이는 북한 인공기가 눈에 들어왔다. 부대 앞 왼쪽으로 개성공단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였다.

크리스천들이 중심이 된 나라사랑후원회(총재 최성규 목사)는 이날 한·미 장병들에게 떡국 한 그릇씩을 돌렸다. 민족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평화통일을 기원하고 비무장지대(DMZ)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시키자는 취지였다.

여호수아조찬기도회, 갈렙기도회 후원으로 제공된 떡국은 북한식 ‘감자 오그랑 떡국’. 감자와 호박, 계란 등이 듬뿍 담긴 떡국은 영양 면에서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무엇보다 음식을 제공하는 이들의 정성이 듬뿍 들어 있었다.

떡국을 맛본 병사들 사이에서 간간이 “맛있는데, 굿(Good)” 소리가 들렸다. 분단국가인 한국 근무를 자원했다는 아담(22) 일병은 “북한식 떡국은 처음 먹는다. 맛이 별미”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봉사자들은 더 기뻐했다. 개성식 통일약과 2000상자를 전달한 탈북민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한국과 미국 장병들을 대접하니 통일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오히려 내가 더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한 탈북민은 “북한에선 김일성 생일만이 민족최대의 명절이라고 배웠다”며 “만약 북한에서 설을 민족최대의 명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치범수용소감이다. 지금도 속고 있을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떡국잔치는 참석자들의 간증이 이어지며 의미를 더했다. 참가자들의 입에서 통일 노래와 찬송이 절로 나왔다. 나라사랑후원회 공동대표 김일도 사랑의교회 집사는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한국교회 부흥의 초석”이라고 말했다.

파주=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