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SNS 속 ‘福 이모티콘’ 창작열 후끈… 풍성한 ‘설 인사 패러디’에 마음 넉넉

입력 2015-02-23 02:03

[친절한 쿡기자] 즐거운 설 보내셨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도 마음껏 하셨는지요. 매년 나누는 설 인사지만 올해는 이 말 때문에 웃게 된 분이 많습니다. 연휴 동안 벌어진 ‘이모티콘 대란’ 때문이에요.

연휴가 시작된 후 휴대전화 메신저로 도착한 설 인사를 살펴보던 중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이 유독 많이 사용하는 이모티콘이 있었거든요. 메신저 안에 저장된 이모티콘이 아니라 별도로 내려받은 이미지였습니다. 여자 아이가 벽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수줍게 복주머니를 던지는 그림이었죠(사진(1)).

그런데 설날을 기점으로 이 그림이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 여자아이가 카카오톡 전용 캐릭터의 모습으로 변신한 겁니다. 색깔도 더해졌습니다. 빨간 복주머니 가운데에는 ‘복(福)’자까지 그럴싸하게 새겨졌습니다.

네티즌의 창작욕구는 불이 붙었습니다. 우선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가 늘었습니다. 복주머니와 얼굴 위치를 바꾸는 엽기적인 상상력을 더한 작품도 나왔죠.

웹툰 작가들도 참여했습니다. ‘순정만화’ ‘타이밍’으로 유명한 강풀 작가는 트위터에 “유행인 것 같아 정성껏 그렸다”며 벽 뒤에서 복어를 던지는 이미지를 올렸습니다.

이것으로는 부족했던 걸까요. 스토리텔링이 시작됐습니다. 복주머니가 하나둘씩 늘어가더니 점점 쌓여 캐릭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 차 버렸죠(사진(2)). “네가 더 많이 받아” “아냐 네가 더 많이 받아”라며 복을 떠넘기다 나온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폭격기에서 복을 투하(?)하는 이미지까지 등장했습니다.

결정타는 영화 ‘인터스텔라’ 버전(사진(3))입니다. 복주머니가 지구를 가득 채우다 못해 우주까지 진출한 겁니다. 복주머니로 이루어진 블랙홀, 복주머니가 숨어 있는 5차원의 세계, 복주머니를 바라보는 ‘인터스텔라’ 주인공까지…. 네티즌들은 이런 이미지들을 모아 ‘복터스텔라’라는 별명까지 붙였습니다.

쉴 새 없이 계속되는 패러디에 “한국 사람들 정말 대단하다” “이번 설은 복주머니 이모티콘으로 기억되겠다”는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연휴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누구보다 많은 ‘복’을 전하려는 네티즌의 열정은 사그라졌지만 여전히 인터넷에선 새해 이모티콘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네 시작은 미약했지만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 너무도 유명한 성경 말씀을 ‘설 인사 이모티콘’을 보며 연상하게 될 줄 미처 몰랐습니다. 우리나라 네티즌 정말 따봉입니다!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