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섬김·나눔… 한국교회의 설 연휴] 서울역에서 노숙인들 위로 ‘희망 큰 잔치’

입력 2015-02-23 02:57
서울역 인근 무료급식소인 ㈔참좋은친구들에서 20일 열린 ‘노숙인을 위한 설날 희망 큰 잔치’에서 참석자들이 회개와 회복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설 연휴인 20일 오후 서울역 인근 노숙인 무료급식소인 ㈔참좋은친구들. 아직 차가운 겨울바람에 두툼한 옷을 껴입은 노숙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 단체가 제공하는 하루 세끼 무료급식을 이용하고 ‘서울역 노숙인을 위한 설날 희망 큰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해피나우(이사장 길자연 목사) 등 교계단체 관계자 50여명은 노숙인 500여명을 위한 저녁 배식과 설거지, 청소 등 급식소의 바쁜 일손을 도왔다. 이들은 18일부터 3일간 귤 배 등 과일과 떡을 나눠주고 기도를 해주는 등 훈훈한 온기를 노숙인과 함께 나눴다. 만 80세에 서울대 음대에 재입학한 변현덕(영락교회) 장로가 자신이 편·작곡한 ‘예수님의 일생’을 영상과 함께 피아노로 연주해 큰 감동을 주었다.

배식에 앞서 박원영 서울나들목교회 목사가 설교를 위해 앞으로 나섰다. 박 목사는 “존재 가치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예수를 만난 사람마다 힘을 얻고 회복되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메시지를 전하자 노숙인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노숙인 급식을 위해 금일봉을 전달한 이동석(청지기교회) 신봉수(임마누엘교회) 신현숙(별내하늘소리교회) 목사는 성경 퀴즈를 내면서 말씀을 전했다. 이 목사는 “명절인데도 고향에 가지 못하는 분들에게 따뜻한 소고기 미역국과 닭곰탕, 육개장 등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예배 도중 서울역 노숙인과 25년간 동고동락하다 지난달 29일 별세한 참좋은친구들 전 대표 김범곤 목사를 기리는 기도를 드렸다. 노숙인들은 늘 의지하며 따르던 김 목사의 부재를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참좋은친구들을 이용해 온 노숙인 중 7명은 정규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참좋은친구들과 해피나우는 오는 4월 19∼20일 ‘제1회 서울시 노숙인 새 삶 재활훈련캠프’를 연다. 노숙인들은 이날 목욕을 한 뒤 속옷과 양말 등을 갈아입고 말씀을 듣는다. 또 의류 분류 작업을 하고 일당을 받는 등 새 삶과 회복을 모색할 예정이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