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은 고질병인가

입력 2015-02-23 02:52
현직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 논란이 재연됐다. 지난 17일 의원면직된 권정훈 부산지검 형사1부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에 내정됐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사표 수리 절차만 거친 꼼수 인사다. 지난달 유일준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이 사표를 내고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내정된 것과 똑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검사의 외부 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정면 배치된다. 그럼에도 꼼수 파견을 계속하고 있으니 검찰의 독립성은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다.

검찰청법에는 검사가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청와대의 검찰 장악을 막기 위해 1997년 시행된 조항이다. 하지만 역대 정권에서 편법 파견은 관행처럼 이뤄져 왔다. 검사가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서 근무한 뒤 신규 임용되는 방식으로 검찰에 복귀하는 일이 반복됐다. 현 정부 들어서도 권 부장검사까지 포함하면 편법 파견은 12명째다. 청와대 근무 시에는 청와대와 검찰의 가교 역할을 하며 권력의 단맛을 본 뒤 검찰에 돌아가서는 요직을 꿰차고 앉아 정권과 호흡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게 꼼수 파견의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이번 인사의 문제는 또 있다. TK(대구·경북) 출신이 청와대 민정라인을 휘어잡았다는 것이다. 권 부장검사도 대구 출신이다. 서울 출신의 공직기강비서관을 제외하고 청와대의 이명재 민정특보, 우병우 민정수석, 곽병훈 법무비서관 등 민정수석실 주요 포스트가 모두 TK로 채워진 셈이다. 코드가 맞는 인물들을 집결시켜 검찰 조직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인다. 이미 검사장급 이상 검찰 인사를 통해 수사의 핵심 라인인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차장에 TK 출신을 임명한 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는 모양이다. 말로만 검찰 독립을 외치는 현 정권이 과거 정권과 뭐가 다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