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베이스는 훌륭한 건축물을 떠받드는 기초와 같죠.” “베이스의 전성기가 끝나간 1750년경 이후 우리는 언제나 뒤에 앉습니다. 앞으로도 유지될 겁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콘트라베이스’(1984) 속 주인공은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철저한 계급조직인 오케스트라에 소속된 콘트라베이스 즉 더블베이스 연주자다. 중요한 악기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더블베이스처럼 주인공 역시 변두리 인생을 살았다.
이런 점에서 더블베이스 연주자 성민제(25·사진)의 도전은 신선하다 못해 파격적이다. 2009년 열아홉이던 성민제가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사상 첫 더블베이스 독주 음반을 내놓은 건 지금도 클래식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앞서 그는 2006년 세계 권위의 요한 마티아스 스페르거 더블베이스 국제 콩쿠르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쿠세비츠키 더블베이스 국제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했다.
성민제가 다음 달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특별한 도전에 나선다.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윤한(피아노), 크리스 리(피아노) 등 세 명의 남자와 재즈를 연주한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난 성민제는 이번 공연에 대해 “관객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새로운 모습과 능력을 확인해 볼 기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성민제가 더블베이스를 만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더블베이스 연주자였던 아버지를 통해서다. 그러나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더블베이스 연주자로 산다는 건 쉽지 않았다. 해외에 연주하러 나갈 때면 항공사 직원들은 ‘이게 무슨 악기냐’고 물을 정도였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을 하며 본격적인 연주활동에 나섰지만 무대는 많지 않았다.
“더블베이스 연주자들은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는 게 당연했죠. 그런데 독주회를 연다고 하니 다들 저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동안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거든요.”
성민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대중에게 더블베이스를 알리는 것이었다. 팝이나 재즈 등 다양한 장르와 협연을 시도했다. 그는 “모델이 없다 보니 하얀 종이에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 같았다”고 했다.
“더블베이스는 매력적인 악기예요. 음역대가 넓은 데다 왼손의 움직임이 많다 보니 연주할 때도 화려해요. 지금까지 제가 더블베이스로 보여준 건 10% 정도도 안 될 겁니다.”
성민제는 앞으로 더블베이스가 솔로 악기로 인정받는 데 힘쓸 생각이다. 새로운 도전도 귀띔했다.
“더블베이스에 맞는 곡을 만들기 위해 작곡 공부를 시작했어요. 이르면 올해 말 독일에서 진행해온 베이스 앙상블도 한국에서 보여줄 거예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인터뷰] “더블베이스 대중화 위한 도전 계속할 것”… 내달 재즈 협연 시도하는 성민제
입력 2015-02-23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