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의 즐거운 설 연휴가 끝났다. 그러나 오랜만에 고향에서 가족들과 정을 나누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아마도 즐거운 일보다 괴로운 일이 더 많이 기다리고 있어서일 게다. 가족과의 덕담은 잠시, 미래의 희망보다는 걱정이 훨씬 많았던 올 설이었다.
여야가 전한 설 민심 또한 약간의 온도차가 있긴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박근혜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시나브로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경제는 어렵고 정치는 답답하다는 민심을 체감했다”고 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증세 논란과 연결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다수 국민이 느끼고 있는 바다.
연말정산 파동과 담뱃값 인상, 증세 없는 복지 논쟁 등 서민·중산층을 보듬는 정책들을 볼 수 없어 국민들이 뿔났다는 게 정치권이 전한 설 민심이다. 체감경기가 여전히 어렵기만 한 대다수 국민에게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다는 정부 발표는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여기에 감동 없는 ‘찔끔 개각’은 박근혜정부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낮게 하는 촉매제가 됐다. 정부가 민심을 모르니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증폭되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면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정치권이나 정부나 도긴개긴이다. 새누리당이 서민 가계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저가 담배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하자 뒤질세라 새정치연합도 숟가락을 얹겠다고 나섰다.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배 가까이 인상한 게 엊그제인데 저가 담배를 도입하겠다는 건 언어도단이다. 표를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아버리는 포퓰리즘에 다름 아니다.
저가 담배를 만들려면 아무래도 시판 중인 일반 담배보다 질 낮은 원료를 쓸 수밖에 없다. 가격이 부담돼 일반 담배를 피우기 어려운 서민들은 건강에 더 해로운 저가 담배나 피우라는 격이다. 결국 담뱃값 인상은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꼼수였지 처음부터 국민 건강과는 아무 관련 없었다는 얘기다. 이렇듯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 알기를 우습게 아니 국민은 믿고 기댈 데가 없다.
저가 담배 같은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나 진짜 민생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달라는 게 설 민심이다. 열흘 남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처리해야 할 민생 안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이해관계가 얽혀 번번이 법제화가 좌절된 김영란법 제정은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최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 증세·복지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여야의 대타협도 시급하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좋은 결실을 거둬야 국민들이 기댈 데가 생긴다.
[사설] 설 민심 받들어 생산적인 2월 국회 돼야
입력 2015-02-23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