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식 작차 스포티지R 차량 450만원에 팝니다.’
‘어라?’ 새해를 맞아 차를 구입하려던 직장인 김모(28)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동차 판매글을 보고 구미가 확 당겼다. 이 차의 출시가격은 2500여만원. 중고로 사려 해도 1700만원은 줘야 할 차를 450만원에 판다는 거였다.
전화를 걸자 판매자는 대뜸 “바쁘니 용건만 빨리 말하자”면서 “번호판을 갈았고 경매 절차도 거쳤다. 서류 문제가 전혀 없다. 자동차보험도 그대로 승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제야 김씨는 ‘작차’의 정체를 깨달았다. 도난 차량을 정식 등록 차량으로 둔갑시킨 일명 ‘작전차(작차)’였다. 판매자는 망설이는 김씨에게 “구입 문의가 많으니 마음을 정하거든 다시 연락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대포차(불법 유통 도난 차량)가 갈수록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대포차를 쓰곤 했는데, 최근에는 고급 승용차를 싸게 사려고 대포차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런 차는 전국에 몇 대나 있는지 파악조차 어렵다. 경찰은 ‘특진’까지 내걸고 대포차를 비롯한 ‘3대 대포(차·통장·휴대전화)’와의 전쟁에 착수했다.
대포차 유통업자들이 많이 쓰던 수법은 폐차장 등에서 훔친 번호판을 비슷한 모델의 도난 차량에 붙여 판매하는 일명 ‘쌍둥이차’였다. 교통 단속 등에 걸릴 경우 쉽게 들통 나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고안된 신종 수법이 작차다.
작차는 보험사나 자동차 리스 회사가 경매에 내놓은 폐차 직전의 차량을 사들인 뒤 등록서류와 번호판을 빼돌려 같은 모델의 도난 차량 등에 붙인 것이다. 서류상으로는 반파·완파된 차량을 수리해 타고 다니는 것이 된다.
취재팀이 22일 인터넷에 판매글을 올려놓은 한 작차 업자에게 전화해 구입 문의를 하자 “거래는 무조건 현금이다. 차고지가 있는 대구로 오라”는 답이 돌아왔다. 현장에서 돈이 확인되면 차를 넘겨준다고 했다. 그는 “보안 문제가 있으니 우리 방식을 따라줘야 한다”는 경고도 함께 전했다.
이런 작차는 시세를 훨씬 밑도는 가격에 거래된다. 2011년식 제네시스와 2009년식 에쿠스를 500만원, K시리즈를 400만원 정도에 팔고 있었다. BMW 벤츠 아우디 등 수입차도 800만∼900만원에 내놨다.
작차 수법은 도난 차량의 행방을 영영 찾을 수 없게 만든다는 점에서 악질적이다. 파는 사람뿐 아니라 사는 사람도 죄를 짓는 셈이라 업자들이 돈만 가로채는 경우도 많다. 피해자가 신고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럼에도 수입차 선호 현상과 맞물려 수요가 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구입 문의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외제차를 타고 싶은데 작차 타도 문제없나요?” 물으면 업자들이 버젓이 “번호판까지 붙여드린다” “사후 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등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도로에 얼마나 많은 대포차가 돌아다니는지는 가늠키 어렵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은 신고 및 검거 건수를 통해 추측만 하고 있다. 월평균 1300여대의 대포차가 각종 교통법규를 어기거나 세금을 탈루했다가 적발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포통장에 비해 대포폰과 대포차 검거 실적은 미미한 상황”이라며 “올해는 대포차 검거에 집중해 수사 노하우도 쌓고 특진도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기획] 번호판·등록서류 세탁한 ‘작전차’ 등장… ‘쌍둥이車’는 낡은 수법, 진화하는 대포차
입력 2015-02-23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