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환자가 사망자보다 많아질 때 가장 보람”… 격리 관찰기간 끝낸 한국 에볼라 1진 의료진 기자회견

입력 2015-02-23 02:17 수정 2015-02-23 19:27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났던 긴급구호대 1진 의료진이 지난 15일 인천 중구 운서동 정부합동청사에서 첫 공식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에볼라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아프리카대륙 시에라리온에 파견됐던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 1진 의료진이 지난 15일 격리 관찰기간(21일)을 끝내고 처음으로 언론에 얼굴을 내비쳤다. 이들은 지난달 귀국해 별도의 시설에서 관찰기간을 보냈다.

의료팀장인 신형식(51)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을 비롯해 육군 의무장교 오대근(39) 중령, 해군 의무장교 이태헌(35) 대위, 육군 간호장교 오지숙(29) 대위, 박교연(28)·최우선(26)·홍나연(31) 간호사 등은 구호활동 경험을 담담한 표정으로 전했다. 이탈리아 비정부단체 ‘이머전시’가 시에라리온 현지에서 운영 중인 가더리치 에볼라치료소에서 지난해 12월부터 30여일 동안 환자를 돌봤다.

우리 의료진은 동료 대원 1명이 주삿바늘 접촉사고로 활동을 중단하고 독일로 후송되는 등 긴박한 상황에 내몰리는가 하면, 턱없이 인력이 부족한 치료소 현실을 겪기도 했다.

박교연 간호사는 “날씨가 너무 더워 낮 근무에 2시간 동안 보호복을 입고 일을 하면 땀이 많이 났다”며 “탈수가 될 것 같은 느낌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이태헌 대위는 투병 끝에 숨진 두 살배기 환자가 기억에 남는다며 “울고 있는 아기 어머니를 위로하려 했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정말 존재가 작아지는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오대근 중령은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사망 환자보다 퇴원 환자가 많아지는 날이었다”고 전했다. 우리 구호대를 비롯한 국제 의료진의 노력으로 시에라리온 내 에볼라 감염자 수가 점차 줄어갔다는 것이다.

홍나연 간호사는 에볼라로 가족을 잃고 혼자 생존해 치료소경비원이 된 현지인을 만났던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는 얘기를 들으며 환자를 치료해 이런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신형식 센터장은 진료 중 에볼라에 감염된 세르비아 간호사가 치료소에서 치료받고 의료진들의 축하 속에 퇴원하던 때를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이태헌 대위는 “떠나기 전 아버지가 ‘좋은 뜻인 건 알겠는데 차마 내 자식을 못 보내겠다’고 하더라”며 “그래도 결국 제 뜻을 꺾지 못하셨다”고 전했다. 홍 간호사는 “남자 친구가 세 마디를 했는데 ‘왜, 미쳤어, 죽고 싶어?’였다”고 했다. 대원들은 격리기간 면회 온 가족들 손조차 잡지 못했다며 “집에 돌아가면 제일 먼저 안아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대원들은 구호대 파견 경험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전염병 대비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신 센터장은 “외국에서 치명적 전염병이 발생할 때 조기에 의료진을 보내 여러 연구나 치료를 할 수 있는 역량을 앞으로 더 축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우선 간호사도 “우려도, 격려의 목소리도 많았는데 저희 경험이 우리나라에 혹시 있을지도 모를 상황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