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電 우리에게 무엇인가] 전문가도 “안전” “불안” 엇갈리지만 “투명 공개” 한목소리

입력 2015-02-23 02:58 수정 2015-02-23 19:11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지난 16일 진행된 전문가 좌담에서 참석자들이 원전의 안전과 필요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남일총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송하중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 최종학 기자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논쟁은 ‘안전과 필요’, ‘불안과 불신’으로 요약된다. 원전은 경제성 평가, 기술적 문제, 환경 파괴 등 여러 논란거리를 안고 있어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원전의 안전성을 두고도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원전을 당장 없앨 수 없는 만큼 안전한 관리와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일보는 ‘原電(원전), 우리에게 무엇인가’ 1부를 마치며 지난 16일 전문가 좌담을 가졌다.

사회=신종수 특별취재단장(부국장)

-원전의 안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당연히 안전하다. 하지만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관리를 잘못하거나 일본 후쿠시마 사고처럼 예기치 못한 큰 자연재해가 터졌을 때가 그 경우다. 그런 것에 대비한 설비들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후쿠시마 사고 당시 일본 원자력보안원이 펴낸 보고서에는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가 담겼다. 원전은 실제로 위험 상황에 대한 안전장치들이 2중, 3중으로 돼 있다. 원자력보안원이 이런 2중, 3중 안전장치가 동시에 다 무너질 확률에 외부 자연재해가 오는 것까지 계산했더니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날 확률은 ‘1억년에 한 번’으로 나왔다. 문제는 1억년에 한 번이라는 확률이 오늘이 될 수 있고 1억년 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안전 신뢰는 깨졌다고 본다.

△남일총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원자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혜성에 맞아 지구가 멸망할 확률도 있는데 그게 오늘밤에 일어날 수도 있다. 다만 인류의 삶이라는 게 불확실성 안에서 사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확률계산을 잘 하면 된다.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주 교수=원전은 안전하지만 국민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위험성이 여과 없이 다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비리 때문에 국민이 원전 운영 기관을 불신하는 것도 원인이다. 아무리 설계가 잘 돼 있어도 운영하는 사람이 설계한 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송하중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아무도 원전이 100%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가 인지하는 위험이 계산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고로 생긴 공포와 분노로 인지된다는 것이다. 나한테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인한 두려움이 우리에게 위험으로 느껴진다. 후쿠시마 사고나 한수원 비리를 통해서 오는 원전에 대한 공포는 ‘위험하지 않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다. 그렇게 느끼면 위험한 것이다.

-원전 정보는 보안상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 공개가 안 됐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원전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가중됐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송 교수=원자력에 관한 것은 관행적으로 보안을 중요시해 왔다. 정부 이외 다른 사람에게 원전 정보를 보여주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 그렇지 않은 국가가 많다. 원전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공개하기 때문에 작은 사고는 신문에 기사가 나지 않을 정도다. 이런 것은 정보를 갖고 있는 당국이 믿음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뭘 숨기고 있을 것이다’하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원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불신’으로 인해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많다.

△양이 처장=결국 투명성의 문제라고 본다. 최소한 안전성에 관한 보고서는 공개하는 것이 맞다. 경제성 보고서도 공개가 안 된다. 그러면서 한수원이 ‘안전하다’ ‘경제적이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불신이 계속되는 것이다.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경우 원전 운영 재허가를 할 때마다 공청회를 열고 원하는 기술 문서를 시민이나 단체에 제공한다. 전문가를 고용해 개인이 보고 싶은 문서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남 교수=안전성에 대해서는 정보를 공개하고 결정 과정을 거치면 된다. 경제성 역시 선진국 수준의 정보공개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사업하는 사람들과 소비자가 판단한다.

-원전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정부는 왜 위험한 원전을 자꾸 하려 한다고 생각하나.

△양이 처장=정부가 여전히 안전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더 냉정하게 보면 원전 하나가 갖고 있는 경제적 파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본다. 월성원전만 해도 한 기당 1년 매출액이 3000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건설기업이 갖고 있는 파이도 있고, (혜택을 입는) 원자력 연구·개발(R&D) 전문가 집단도 있다고 본다.

△주 교수=국민들에게 전력을 안정적으로, 싸게 공급해야 하는데 원자력만큼 싸게 공급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노무현정부 때도 원전에 대한 반대가 심했지만 결국 원전을 대체할 수 없지 않았나.

-원전을 점차 줄여 대체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응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경제성 면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인가.

△양이 처장=원전을 늘리는 이유 중 하나는 ‘원전 단가가 싸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우리나라 1인당 전기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하고 거의 최고 수준이다. 특히 산업용 전기의 경우 제조 단가에서 전기요금 비중은 1.17%에 불과하다. 국내 산업용 전기 수요를 줄일 수 있다.

△주 교수=지금이야 전기요금 싼 게 문제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발전 과정을 보면 전기요금이 낮았기 때문에 현재의 경제 규모를 이룬 것이다. 지금은 당연히 에너지 효율을 높여서 합리적으로 쓰는 것이 맞다. 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본다.

△양이 처장=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얘기가 많은데 4년 전 나온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보면 태양광만 갖고도 2030년 지금 쓰는 에너지 3배가 가능하다고 나온다. 우리나라는 투자가 부족한 것일 뿐이다.

-원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역에 따라 갈등도 심하다.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주 교수=울진 사람들은 원전 주변에서 살아봤다. 이상이 없다는 것을 체험했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

△송 교수=원자력 관련 시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투자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것들을 안 했다. 비용 부담을 이제 치르는 것이다. 이런 소통 없이 어떻게 ‘더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겠나. 스위스의 경우 정부가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확보하려고 지원금을 제시했더니 그 지역 주민 여론이 찬성 40%였다가 27%로 떨어졌다. ‘우리가 돈 받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게 그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우리도 ‘정부를 믿고 기여한다’라는 공감대 형성, 신뢰를 회복하는 게 먼저다.

△남 교수=주민들이 원전 건설에 대해 ‘오케이’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에는 다 비용과 관련돼 있다. 주민들 판단에 수익성이 있다고 하면 계속 지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짓지 않게 될 것이다.

정리=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