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2년] ‘F’ 면하려면 ‘개방적 국정운영’으로 신뢰 회복해야

입력 2015-02-23 03:04 수정 2015-02-23 19:19

출범 3년차를 맞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박했다. 국민일보가 22일 인터뷰한 정치·사회학자 10명은 "폐쇄적 국정 운영으로 '불통'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그로 인해 건설적인 정책 논의 대신 통치 스타일에 대한 논쟁만 난무했다"고 진단했다. 열심히 일했지만 성과를 낸 게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실상 낙제점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의 리더십을 바꿔 국정 운영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위주로 우선순위를 정해 남은 임기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국정 어젠다 우선순위 정하라”=박근혜정부는 올 초 지지율이 30%대로 쪼그라들며 이른바 ‘집권 3년차 증후군’(임기 반환점을 도는 해로 측근 비리나 인사 및 정책 실패, 당청 갈등 등에 발목 잡혀 급속한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현상)을 크게 앓았다. 전문가들은 가장 힘을 받아 일해야 할 집권 초반 2년 동안 청와대가 불필요한 논쟁을 자초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국정과제나 방향보다는 국정 운영의 폐쇄성이 더 논란이 됐다”며 “그러다보니 성과로 이어진 게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핵심 과제가 남발돼 현 정권이 어떤 정책을 중점 추진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병준 국민대 인문교양학과 교수도 “창조경제, 규제완화, 복지 등 구호는 많은데 실질적으로 손에 와닿는 정책이 없다”며 “글로벌 경제나 산업 구조의 변화가 대규모로 매우 급박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고 그에 따른 전략도 세우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경제 대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전문가도 많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산층을 복원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더 줄었다”며 “국민이 기대했던 게 있는데 약속한 것을 잘 지키지 못해 지지율 하락이 나타났다”고 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경제 부문의 실적이 미미했던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중산층 복원 등 국민이 직접 느낄 수 있는 경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정치를 복원해야”=전문가들은 현 정부 최대 아킬레스건인 ‘불통’의 해법으로 정치 복원을 꼽았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인사든 소통이든 국민이 하라고 할 때 하는 게 정치인데 행정만 잘하면 된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보니 모든 문제를 꼬이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는 정치로 풀면 되는데 박 대통령은 정치를 무시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대학 신율 교수도 “정책이든 인사 문제든 국민이 원하는 시기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며 “박근혜정부는 항상 한 템포 느리게 일했다”고 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통령과 의회의 관계가 굉장히 이상해졌다”며 의회정치에 대한 존중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이완구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언급하며 “이번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청와대는 정부 여당이 온몸으로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 지난 2년간 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정책을 펼치려면 청와대와 의회 사이에 파트너십이 있어야 하는데 당청 소통이 안 되니 여야 대화도 안 됐고, 국정의 엉킨 실타래도 풀지 못했던 것”이라며 “결국 대통령이 파워 셰어링(권력 나눔)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소통은 대통령이 장관들과 티타임을 갖고 어린이집을 찾아가는 것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반대 여론을 감싸안고 통합적 차원의 대탕평 인사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칙 세우려 노력한 점은 공(功)”=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가 순수성을 갖고 열심히 일하려 했던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했다. 주요 과제 추진 등도 일관성 있게 밀어붙였고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병준 교수는 “행정을 집행하는 데 있어 원칙을 세우려고 했던 것 같다”며 “부작용도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부처에 대한 행정의 단호함을 보여준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박 대통령의 장점은 원칙과 신뢰였다”며 “새로 임명된 총리를 중심으로 당정청 간 조율된 목소리를 내면서 원칙과 신뢰를 보일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야당이 정부 여당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현실적 대안도 제시해야 하는데 막무가내로 반대하다보니 야당의 지지도 하락을 불러왔다”며 “국민의 지지를 받는 야당이 없다보니 대통령도 독단적으로 국정을 펴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진단했다.

전웅빈 최승욱 조성은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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