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바람 축구, 내 손안에 있소이다… K리그 클래식 데뷔한 40대 4인방 감독들의 각오

입력 2015-02-24 02:53
2015 시즌을 앞둔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2개 팀 중 4개 팀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울산 현대의 윤정환 감독(42)과 전남 드래곤즈 노상래 감독, 제주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도훈 감독(이상 45)이 그들이다. K리그 클래식에 데뷔한 40대 4인방 감독들은 이번 시즌 프로축구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동계훈련을 통해 자신의 축구철학을 팀에 이식한 이들은 3월 7일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윤정환, “수비·조직력으로 승부”=2013 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강호’ 울산은 2014 시즌 상위 스플릿(그룹A)에 턱걸이했다. ‘조민국 체제’는 한 시즌 만에 막을 내렸고 ‘윤정환 체제’가 들어섰다. 윤 감독이 울산 사령탑으로 선임되자 한국 프로축구 전체가 들썩였다. 그가 선수와 지도자로서 모두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 줬기 때문이다.

윤 감독은 선수 시절 뛰어난 지능과 빼어난 테크닉, 자로 잰 듯한 패스로 그라운드를 지배한 미드필더였다. 그는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 J2리그(2부 리그) 하위 팀이었던 사간 도스를 맡아 창단 이래 처음으로 1부 리그로 승격시켜 주위를 놀라게 했다. 2012년에는 팀을 J리그 5위에 올려놓았다. 지난 8월에는 팀을 J리그 선두 자리에 올려놓기도 했다.

발레리 니폼니시(72) 전 유공 코끼리·부천 유공·부천 SK(현재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의 수제자였던 윤 감독은 업그레이드된 ‘니포 축구’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니폼니시 감독은 20여 년 전 기술 축구, 패스 축구로 K리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트로피는 컵 대회 두 개가 전부다. 윤 감독은 창의력을 강조한 ‘니포 축구’에 90분 동안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더할 계획이다. 태국 치앙마이와 일본 미야자키에서 전지훈련을 이끈 윤 감독은 “수비와 조직력을 앞세운 축구로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상래, “상생 축구로 돌풍”=1995년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에서 데뷔한 ‘캐논 슈터’ 노상래 감독은 지난해 11월 하석주(47) 감독의 뒤를 이어 전남의 9대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창단 멤버 출신 첫 사령탑인 노 감독은 기술을 앞세운 빠른 패스 축구로 지난 시즌 아쉽게 하위 스플릿(그룹B)으로 밀린 설움을 깨끗이 씻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 시즌 수석 코치로 하 감독을 보좌했던 노 감독은 팀 내부 사정에 밝다. ‘전남 레전드’로 칭송받는 수비수 김태영(45)을 수석코치로 데려오는 등 코칭스태프도 탄탄하게 꾸려 자신감이 넘친다. 여기에 공격적인 선수 보강으로 전력이 강화됐다. 크로아티아 연령별 대표 출신의 오르시치(23)를 비롯해 지난 시즌 대전 시티즌의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정석민(27), FC 서울의 측면 수비수 최효진(32)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했다. 공격수 안수현(23), 미드필더 고병욱(23)과 정재혁(21) 등 ‘젊은 피’도 가세했다. 시즌 목표를 상위스플릿 진출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으로 잡았다.

태국(1차)과 제주(2차) 전지훈련에 노 감독은 선수단 전원을 데려왔다. 1군과 2군을 모두 전지훈련에 참여시킨 것은 이례적이다. 노 감독은 “주전 선수들과 비주전 선수들 사이에 벽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또 고참의 경험과 신인의 패기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상생의 축구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성환, “믿는 건 소통·규율·투지”=지난해 12월 3일 박경훈(54) 제주 감독은 계약 기간을 1년을 남겨 놓고 사임했다. 제주는 후임으로 조성환 2군 감독을 선임했다. 조 감독은 과거 부천 유공, 부천 SK에서 ‘원 클럽 맨’으로 약 10년 간 선수 생활을 했다. 그는 전북 현대에서 지도자 경험의 상당 부분을 쌓았지만 2013년 2군 감독으로 제주에 오게 됐다.

현역 시절 중앙 수비수였던 조 감독도 ‘니포 축구’ 전수자이다. 1997년부터 2년 동안 니폼니시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그러나 ‘니포 축구’를 따라할 생각이 없다. 자신만의 색깔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소통, 규율, 투지를 중시하는 조 감독은 제주를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 더 무서운 팀’으로 만들고 있다. 그는 “수비를 할 때 더 강한 조직력을 내는 팀을 만들고 싶다”며 “빠른 압박과 스피드로 상대를 제압해서 그들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만들고 우리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18일간의 터키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 4일 귀국한 조 감독은 “실전 경기를 통한 조직력 구축을 목표로 했는데 80% 정도로 끌어올렸다고 생각한다”며 “실점 때문에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선수들을 다독거렸다. 조직력이 갖춰진다면 수비가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귀한 강수일, 신인 선수들, 외국인 선수들이 골을 터뜨렸다. 득점원이 다양해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제주는 터키 안탈리아에서 유럽팀들과 6차례 평가전을 가져 2승1무3패를 기록했다.

◇김도훈, “우린 쉽게 지지 않는다”=인천은 사령탑 교체 과정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9일 인천은 보도자료를 통해 계약 기간이 1년 남아 있는 김봉길(49)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성적 부진과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미미했던 게 구단이 밝힌 경질 이유였다. 그러나 김 전 감독은 강등권 탈출이라는 목표를 이뤄냈다. 인천은 새로운 사령탑으로 이임생(44) 전 홈 유나이티드(싱가포르) 감독을 선임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이 감독이 김 전 감독의 사퇴 과정을 보고 부담감을 느껴 고사한 것이다. 표류하던 인천을 구하겠다고 나선 이가 바로 김도훈 감독이다.

선수 시절 ‘폭격기’란 별명으로 불렸을 정도로 특급 공격수였던 김 감독은 현역에서 은퇴한 후 10년간 성남 일화(당시)에서 강원 FC를 거쳐 한국 축구 U-19 대표팀까지 다양한 팀에서 코치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취임 일성으로 “인천에 온 것은 도전이다. 내 또래 감독들은 긴장하기 바란다”고 큰소리쳤다. 그는 “남해에서 치른 1차 동계훈련에서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역점을 뒀다”며 “선수들에게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김도훈만의 독특한 공격축구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인천은 쉽게 지지 않는 끈끈한 팀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당시 컬러가 많이 약해졌다”며 “과거의 인천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