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재미있는 신년축하곡을 들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야 흔하지만 새해 노래는 아바의 ‘해피 뉴 이어’ 이래 처음이다 싶었다. ‘싸구려 커피’와 ‘풍문으로 들었소’ 같은 곡으로 유명한 ‘장기하와 얼굴들’이 설날에 맞춰 발표한 ‘새해 복’이라는 노래다.
쿵쾅쿵쾅 신나는 드럼에 맞춰 ‘어머니 아버지 새해 복’으로 시작해 ‘언니 오빠 동생 동창 친구 원수 아군 적군/ 이 사람 저 사람 잘난 사람 못난 사람’까지 모두에게 ‘새해 복’을 빌어주는 곡이다.
정식으로 새해가 시작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건만 이렇게 다시 새해를 맞고 축하하는 것은, 어찌 보면 덤으로 받은 ‘음력 찬스’ 같다.
새해를 맞아 이런저런 결심을 했지만 일찌감치 포기해버린 나 같은 의지박약자를 위한 두 번째 기회이자 일종의 패자부활전이라고나 할까.
미국의 심리학자 제레미 딘은 ‘작심삼일도 습관’이라고 꾸짖는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인기 새해 다짐 항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이어트(38%)와 금연(30%)이 새해 결심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리고 싫은 일은 싫다고 거절하기, 자신만을 위한 시간 갖기, 자신의 결정에 좀 더 책임지기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런데 이 중 25%가 넘는 사람들이 1주일 만에 새해 결심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1개월 후에는 절반 가까이 포기했으며, 6개월 후까지 결심을 지킨 사람은 40%에 그쳤다고 한다.
최근 흡연자들의 ‘작심삼일’을 의심하는 보도가 있었다. 새해 들어 급격히 줄어들었던 담배 판매량이 회복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한 달여 전 세웠던 새해 결심을 지키지 못했다면 뭐 어떤가. 패자부활전은 유도, 복싱, 레슬링, 태권도 같은 투기종목에만 있다. 이들 선수들처럼 격렬하게 열심히 살았던 것도 아닌데 새해를 다시 시작하라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감사히, 그리고 제대로 ‘음력 찬스’를 써볼 일이다. 새해 복!
권혜숙 차장 hskwon@kmib.co.kr
[한마당-권혜숙] 음력 찬스
입력 2015-02-23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