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벤더스, 세상을 찍은 살가두를 찍다

입력 2015-02-23 02:48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71·사진). 100개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하며 곳곳에 카메라를 들이댔다. 1944년 브라질의 작은 마을 아이모레스에서 태어난 살가두는 경제학을 전공한 뒤 국제커피기구에서 일하다 아프리카 출장 후 “경제리포트를 작성하는 것보다 사진 찍는 일이 더 즐겁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진작가로 새 출발을 했다.

잔혹한 정치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의 모습 등을 렌즈에 담았지만 증오가 증오를 낳는 인간 본성을 촬영하는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이후 고향으로 향하지만 새들도, 악어들도, 울창한 숲도 간데없고 어린 시절 추억이 있던 목장은 황무지로 변한 상황이었다. 그는 부인 렐리아의 제안으로 6㎢ 규모의 황무지를 되살리는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대지연구소를 세운 살가두는 10년여 동안 25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다시 물줄기가 흐르고 재규어 같은 야생동물이 돌아오는 땅을 재건했다. “사회문제를 다루던 작가가 자연과 동물을 찍는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모험”이라는 주변의 반대에 부닥치기도 했다. 그러나 지구의 경이로움에 헌사를 바치는 프로젝트 ‘제네시스’(천지창조)를 통해 망가진 땅이 숲으로 변한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26일 개봉되는 영화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은 빛과 그림자를 통해 세상을 그려나가고 써내려가는 사진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살가두의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겼다. 독일 ‘뉴저먼 시네마’의 상징인 빔 벤더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5년 전 우연히 한 갤러리에서 만난 살가두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고서 “그는 사람을 아낀다”는 확신이 들어 연출에 나섰다고 한다.

쿠바의 전설적인 뮤지션 그룹을 다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과 독일의 천재 무용가 피나 바우슈를 그린 ‘피나 3D’(2011)에 이은 벤더스 감독의 ‘아티스트 3부작’이다. 살가두의 삶을 돌아보며 첫 대형 프로젝트인 ‘다른 아메리카들’과 ‘노동자들’ 등 다큐 사진을 소개한다. 흑백 사진에 비친 살가두의 모습에서 ‘세상의 소금’은 결국 사람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다. 12세 관람가. 110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