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넷마블과 주식 맞교환… 경영권 방어 본격화?

국내 모바일 게임 1위 업체 넷마블게임즈가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우군이 됐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16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상호 지분 투자 및 글로벌 공동 사업을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결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의 신주 9.8%를 3800억원에 인수하고,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8.93%를 3911억원에 매입하는 게 골자다.

이번 결정은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전격적으로 체결된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양사는 일단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제휴일 뿐 경영권 분쟁과 연관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넷마블게임즈는 단숨에 엔씨소프트의 3대 주주로 등극하게 됐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지분 9.9%와 넷마블게임즈 지분 8.93%를 더하면 18.83%로 1대 주주인 넥슨(15.08%)를 넘어서게 된다.

엔씨소프트로서는 향후 넥슨과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더라도 넷마블게임즈와 연대해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 증권가에서 이번 주식 맞바꾸기를 “우호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방어의 목적”이라고 보는 이유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분쟁에 활용되기 위해 지분 투자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도 “현재 엔씨소프트 경영진이 넷마블게임즈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한다면 주주로서 당연히 엔씨소프트의 우호세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도 “넷마블게임즈와의 제휴는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과는 전혀 상관없이 오랫동안 논의하며 진행해 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넥슨과의 관계로 여러 가지 사회적 근심을 일으킨 것은 굉장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넥슨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김 대표와 방 의장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을 때의 위기감이 이번 제휴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국내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선두주자이지만 해외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는 경쟁력이 떨어져 힘을 합친다는 얘기다.

방 의장은 “국내 PC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가 장악했고, 모바일 게임은 클래시 오브 클랜(COC)이 1위를 달리는 등 해외 업체가 점령했다. 6개월 후면 모바일 게임 시장도 해외 업체 점유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상당히 절박한 상황에서 힘을 합쳐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제휴를 통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양사가 보유한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의 지적재산권(IP)에 기반을 둔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한다. 양사는 상호 게임 퍼블리싱 사업 협력, 크로스 마케팅, 합작회사 설립 및 공동 투자,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공동 진출 등 다양한 협력 모델로 세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