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이동이 시작된 설 연휴 기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장기간에 걸친 AI와 구제역 발병에도 축산물 수급은 안정적이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설은 구제역 전염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명절에는 전국적으로 유동 인구가 많아 사람과 차량에 의해 질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우선 지난 16일에 이어 23일 귀경차량과 가축이나 사료 운반차량, 가축관련 시설 등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일제 소독을 할 예정이다. 연휴기간 전국 290곳에 운영 중인 거점소독 시설도 확대했다.
AI에 대응해 철새도래지에 대한 관리를 더욱 강화하고, 명절기간 농가에 대한 전화예찰을 지속하면서 전체 오리농장에 대한 폐사체 검사도 할 방침이다.
하지만 농가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고향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 대신 ‘모임을 자제하고 조용하게 설을 보내자’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될 정도다.
국내 최대 축산단지로 꼽히는 충남 홍성에서 돼지 2500마리를 키우는 박모(61)씨는 구제역이 휩쓸고 간 2011년의 악몽이 생생하다. 당시 홍성에서는 127개 농가에서 돼지 5만30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피해액이 107억6000만원에 달했다. 박씨는 타지에 사는 두 딸에게 전화해 “이번 설에는 집에 오지 말라”며 “여름휴가 때 오라”고 당부했다.
구제역으로 설 연휴를 반납한 것은 이 농가만이 아니다. 세종시 전의면에서 돼지 2000여 마리를 사육하는 강모(65)씨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가 너무 보고 싶지만 구제역이 사라지고 나서 만나기로 했다”며 “이번 설에는 전화로 세배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일 충북 진천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구제역은 현재 21개 시·군 97개 농장으로 확산돼 9만4351마리의 소와 돼지가 살처분됐다. 살처분된 돼지는 전국 양돈사육 두수의 0.9% 수준이다. 이는 2010∼2011년 같은 기간 348만두가 살처분된 것과 비교하면 40분의 1 수준이다. AI 역시 방역대내 농장의 선별적 살처분 결과 살처분율이 전체 사육두수의 2.4%(167만두)에 그쳤다.
지자체들도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성군은 48명의 공무원과 58명의 방역요원을 투입해 차단방역을 강화하는가 하면 24시간 구제역 종합상황실을 가동하고 있다. 충남도는 설 연휴에 구제역 등으로 조상 묘를 찾기 어려운 이들에게 ‘인터넷 성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충남도는 누리집(www.chungnam.net)에 있는 ‘차원 생활공간 정보시스템’을 활용하면 항공사진과 지적도를 중첩해 만들어진 영상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상 묘의 소재지와 지번을 입력하면 영상으로 조상의 묘소를 한 눈에 돌아볼 수 있다. 지번을 몰라도 행정구역만 입력하면 검색 화면에서 묘소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고향 방문길에 다소 불편하겠지만 방역에 적극 협조해 주기 바란다”며 “축산 농장과 철새 도래지 방문을 가급적 자제하고 부득이 방문 시 차량 내외부와 탑승자에 대한 소독을 철저히 해 달라”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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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이동에 “구제역 대이동 막아라!”… 확산 가능성 높아 설연휴 분수령
입력 2015-02-18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