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사업할 생각이 있냐” 정옥근 前 해군총장 뇌물 상납 협박… 구속기소

입력 2015-02-18 02:12
정옥근(63) 전 해군참모총장이 STX그룹 측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앞으로 사업할 생각이 있냐”는 식의 협박성 발언을 하면서 뇌물 ‘상납’을 요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강덕수(65·수감 중) STX그룹 회장은 뇌물 제공 대가로 이명박 대통령과 군함에 동승하는 ‘특혜’를 받았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STX그룹에서 7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정 전 총장을 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합수단은 정 전 총장의 장남(38)과 그의 동업자인 해군 대령 출신 유모(59)씨, STX조선해양 사외이사였던 윤연(66) 전 해군작전사령관(중장) 등 3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합수단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의 장남은 아버지가 참모총장에 취임하기 한 달 전인 2008년 2월 요트 업체 요트앤컴퍼니를 설립했다. 정 전 총장은 회사 자본금과 운영자금 등 8000만원을 직접 댔다. 그는 그해 10월 해군이 부산에서 개최한 국제 관함식(觀艦式·국가원수 등이 함대와 장병을 검열하는 의식)과 연계한 민간 요트행사를 끼워 넣고, 주관사로 요트앤컴퍼니를 선정했다. 당시 이 업체 법인계좌 잔고는 0원이었다.

요트앤컴퍼니 측은 윤 전 사령관을 통해 STX에 “해군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행사 후원금 10억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STX 실무진은 후원금 액수가 과다하고 제안서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이에 정 전 총장 장남은 “관함식에서 강 회장이 방산업체 관계자 중 유일하게 VIP(대통령)와 같은 군함에 동승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7억7000만원으로 조정된 후원금을 요청했다.

정 전 총장은 직접 윤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내가 직접 얘기했는데 STX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사업할 생각이 있는 겁니까”라고 독촉했다. 윤 전 사령관은 강 회장을 찾아가 “총장이 기분이 상당히 안 좋다. 완강하고 강압적으로 얘기하는데 이 건은 반드시 성사시켜 줘야 한다”고 종용했다고 한다. 결국 사업 차질을 우려한 강 회장은 실무진에 신속한 후원금 지급을 독려해 그룹 내 방산업체인 STX조선해양, STX엔진 자금으로 7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STX 측은 뒷돈을 건넨 이후 차기 호위함용 디젤엔진 2기(70억원), 유도탄 고속함용 디젤엔진 18기(735억원), 차기 호위함 4∼6번함 건조계약(3430억원) 등을 따내는 등 각종 사업상 혜택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