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동안 고향을 찾게 되면 친척들이나 친구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 마련이다. 고향의 정취는 물론이고 유대감 짙은 정서도 흠뻑 느끼게 될 것이다. 지역감정이 고향의 푸근한 정감을 느끼는 것이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역주의 또는 지역감정이란 단어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편협하고, 상대를 향한 이유 없는 미움마저 배어 있는 뜻으로 쓰인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갈등적이고 망국적 감정이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새로 선출된 야당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이완구 총리 지명을 빗대 호남총리론을 거론했다. 호남표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충청 총리 후보가 나왔는데 계속 호남분들이 (문제 제기를) 하잖아요”라고 호남 의원들을 타박했다. 여당 충청권 의원들은 “야당이 충청 총리를 반대한다”고 집단 회견을 갖기도 했다. 모두 배타적이고 이기적이며 편협한 지역주의에 찌든 한심한 발언들이다.
호남선 KTX 논란도 마찬가지다. 서대전역 경유를 둘러싸고 호남·충북과 대전·충남으로 편이 갈린 싸움에 효율성과 합리성은 안중에도 없다.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이 앞장서서 저급한 싸움을 주도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도 부산과 대구의 극심한 지역주의만 있을 뿐이다. 지역 프레임에는 그저 정치적 이익만 있고, 다음 선거만 있다. 그런데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망국적 주장들이 지역사회에 가면 환영받는다. 적지 않은 유권자들의 수준이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그런 낮은 수준의 유권자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이를 용납하지 않으면 정치인들도 지역감정을 활용할 수가 없다.
이완구 총리 인준 과정과 호남선 KTX 논란은 주로 영호남 사이에 있었던 지역주의 대결에 충청권까지 가세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정권 들어 지역주의 망령이 더욱 기승을 부린다는 지적이 많다. 아마도 편중 인사 때문일 것이다. 이제 부족사회에서나 통할 법한 천박한 지역주의에 각별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주의는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이번 설에는 지인들끼리 우리 정치에서 점점 짙어지는 지역주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성찰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사설] 이번 설엔 지역감정 훌훌 털고 나라 생각했으면
입력 2015-02-18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