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안방보험그룹이 국내 8위 생명보험사인 동양생명을 인수키로 했다. 중국 자본이 국내 금융사를 처음 인수하면서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17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대주주인 보고펀드가 보유한 동양생명 지분 57.5%를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가격은 약 1조1000억원 규모다. 동양생명 지분 3%를 보유한 유안타증권 등 다른 주주들도 논의를 거쳐 동반매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매각이 성사될 경우 안방보험의 지분율은 63%까지 늘어날 수 있다.
보고펀드는 지난해 LG실트론 지분 매입 과정에서 대출금 만기 연장에 실패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가 채권단이 자금 상환 시점을 올해 8월까지 연장하면서 동양생명 지분 매각을 서둘러 왔다. 당초 국내 금융지주사들과 협상을 벌이다 실패하자 안방보험과 손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방보험과 보고펀드는 이달 말까지 금융 당국에 매각 및 인수 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승인 신청이 들어오면 대주주 변경 요건을 심사할 것”이라며 “통상 2개월 내 승인 절차를 진행하지만 추가 자료가 필요할 경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방보험이 총자산 18조원(2013회계연도 기준) 규모의 동양생명을 인수하면 중상위권 생보사 대주주가 되기 때문이다. 2004년 설립된 안방보험은 신생 금융사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해 향후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하면서 우리은행 민영화는 한층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12월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단독 입찰로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협상이 무산됐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자산 18조 동양생명, 中 자본에 팔린다
입력 2015-02-18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