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4개 부처 개각은 새로 출범한 이완구 국무총리 체제를 보강하는 ‘땜질 인사’라 하겠다. 내각의 분위기 쇄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취임 2주년에 맞춰 총리와 일부 장관 교체를 통해 행정부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려던 박 대통령의 구상은 빗나간 셈이다. 이 총리가 국회 인준 과정에서 예상외로 큰 상처를 입은 데다 새 장관들 면면도 울림이 크지 않아서다.
박 대통령이 취임 당시에 비해 반토막 난 지지도를 회복해 국정운영에 새로운 모멘텀을 얻기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 비서실장 인사를 잘해야 한다. 김기춘 실장의 퇴진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인사를 통해 여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하겠다. 박 대통령은 당초 개각과 동시에 비서실장을 교체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설 연휴 이후로 미룬 걸 보면 어떤 사람을 낙점할지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면 안 되겠지만 신중한 인선은 나쁘지 않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직제상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실의 장관급 수장일 뿐이다. 하지만 개인의 역량과 대통령의 신임 정도에 따라서는 국무총리 이상의 파워를 가질 수 있는 자리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과 통치이념 달성 및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헌정사를 돌이켜볼 때 비서실장의 역량이 대통령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은 일리가 있다.
박정희정부 시절 무려 9년3개월간 재임한 김정렴 실장은 국가경제발전사령부의 부사령관 역할을 맡아 대통령 비서실장의 전형(典型)을 보여줬다. 김기춘 실장의 경우 행정 능력은 갖췄지만 대통령의 인사와 대국민 소통 보좌에 실패했다.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고를 때 국정조정 능력, 소통 의지와 화합 이미지, 참신성을 반드시 감안하기 바란다. 이런 조건을 모두 확보한 사람을 찾기가 쉽진 않겠지만 최소한 두 가지 이상 갖춘 인사를 선택해야겠다. 국정조정 능력은 비서실장에게 필수적인 자질이다. 대통령의 통치이념에 따라 국무위원들과 손발을 맞춰 사회 갈등을 수반하는 주요 정책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비서실장의 통상적인 업무에 속한다.
소통과 화합은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비서실장은 여야 지도부를 포함한 각계 주요 인사들을 수시로 만나 그들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해줄 의지와 능력을 갖춰야 한다. 사실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 비서실장은 존재 가치가 없다. 임기 중반에 접어든 박근혜정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세대교체 이미지를 가진 참신한 인재를 기용할 필요가 있다. 시대정신을 따라잡기 힘든 70대 고령 비서실장은 배제하는 게 옳다.
[사설] 국민 관심은 靑 비서실장 인선에 쏠려 있다
입력 2015-02-18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