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DN은 한국전력의 정보통신 분야 자회사로 전력계통과 관련된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전이 맡긴 전자입찰제도도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전자입찰 시스템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한전KDN으로부터 전산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정보통신 업체 직원들이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특정 업체가 전기공사 낙찰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뒷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입찰 비리가 무려 10년간 저질러졌다. 그럼에도 한전이 이를 까맣게 모르다가 검찰 수사로 알았다니 기가 막힌다.
16일 광주지검 특수부가 발표한 한전 입찰 비리 행태는 상상을 초월한다. 구속 기소된 한전KDN 위탁업체 전·현직 직원 4명은 2005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전자입찰 시스템 서버에 접속, 공사 낙찰가를 알아내거나 조작하는 방법으로 특정 업체가 낙찰받게 해주고 거액의 금품을 챙겨왔다. 이 같은 수법을 통해 전국적으로 총 133건(계약금액 2709억원) 공사에서 83개 전기공사 업체가 낙찰을 받도록 했다. 이들 4명이 받은 뒷돈은 계약금액의 1∼10%로 모두 134억원이다. 이들은 또 파견 근무가 끝나면 지인을 입사시켜 ‘범행 대물림’을 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한전 측이 자체적으로 운영했어야 할 핵심 시스템을 외부에 위탁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위탁업체 직원들에 대한 통제관리도 없었다. 한전이 전자입찰 시스템을 내부에서 운영키로 하는 등의 개선책을 마련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한전은 마땅히 관리·감독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한다. 무엇보다 입찰 비리가 10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했음에도 한전 측이 몰랐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미 업계에는 최고 수천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치열한 입찰에서 몇몇 업체들이 공사를 독식한다는 불만이 나돌았다. 이런 구조를 알고도 눈감아준 한전 관계자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공룡 공기업’의 고질적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사설] 공기업 입찰비리 끝은 어디인가
입력 2015-02-18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