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李총리에 “제대로 하라” 압박하며 민심챙기기 나서

이완구 국무총리 청문회 정국에서 오랜만에 똘똘 뭉친 새정치민주연합이 17일 이 총리에게 “반쪽 총리가 되지 말라”며 압박했다. 당은 사분오열했던 이전과 달리 중요한 고비에서 단합했다며 잔뜩 고무된 표정이지만 지도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없지 않다. 새정치연합은 설 연휴 내내 ‘경제 정당’을 강조하면서 민심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지도부 “이완구 제대로 하라” 훈수=우윤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총리를 향해 “청문 과정에서 나타난 국민 뜻을 가슴에 새기면서 이에 따르고 특히 청와대와의 소통에 앞장서 달라”며 “많은 총리가 걸어왔던 길 대신 국민이 원하는 길로 가라”고 주문했다. 이어 “국회 표결 결과를 존중하겠으나, 국민 뜻을 저버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그에 따른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정 정책위의장도 “반쪽 총리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우리 당이 주장한 가계소득 주도 경제성장에 협조해야 한다”며 “법적으론 총리가 됐으나 국민에겐 커다란 빚을 졌고, 그 빚을 갚는 길의 시작은 국민, 야당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전날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이탈표’가 없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경선 과정에서의 분열과 파열음, 또 갈등, 이런 것들이 상당히 문제로 지적됐었는데 이번 표결을 통해 다시 한번 새정치연합이 똘똘 뭉쳤다는 것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어서 나름의 성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은혜 대변인도 KBS 라디오에 나와 “한 사람의 이탈표도 없이 단결된 모습으로 국민의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강경파는 직전 김한길·안철수 대표 체제에서는 연판장을 돌리고 장외투쟁을 주장했으나 문재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첫 고비에서는 지도부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새정치연합이 이 총리의 수많은 흠결에도 임명동의안 국회 통과를 저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도 나온다. 문 대표와 경쟁했던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에 “정치엔 IF(만약)가 없다지만 총리 인준보고서가 채택된 날 본회의 인준 표결을 16일로 연기 않고 12일 실시했다면 새누리당의 의원 출석 부진으로 부결? 사실 당일 우리 당도 준비가 안 되었다지만 종합적 전략과 대비가 있었다면 승리?”라고 쓰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설 연휴엔 ‘경제 정당’ 이미지 강조=당 지도부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호남선 열차가 출발하는 서울 용산역을 찾아 귀성 인사를 하며 명절 민심 챙기기에 나섰다. 귀성 인사에는 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대부분 참석해 귀성객들과 악수를 나누며 배웅했다. 문 대표는 귀성객과 만나 “소득 주도 성장으로 우리 경제를 살리고 서민들의 지갑을 두툼하게 해 드리겠다. 유능한 경제 정당이 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귀성 인사에 앞서 일선 소방·치안 현장을 찾아 근무자들을 격려하며 ‘민생 정당’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는 이날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소방서를 찾아 “여러분 덕분에 시민들이 설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잘 보낼 수 있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어 용산역 파출소에서 경찰관들을 격려했고,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를 찾아 배식봉사를 한 뒤 노인들과 오찬을 함께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새정치연합은 설 연휴 기간에 ‘국민의 지갑을 지켜드리겠다’고 적은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걸기로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