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사관생도의 비자발적 금욕

입력 2015-02-18 02:01

사람 심리가 참 묘하다.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싶어 한다. 욕구는 왕성한데 그 분출구를 모두 막아버리면 역효과 나기 십상이다. 어느 정도 욕구를 자유롭게 분출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그 조직이 건강해진다.

군은 조직의 특성상 민간에 비해 보다 엄격한 규율이 존재한다. 정예 장교의 등용문 육·해·공 3군 사관학교엔 일반 대학에는 없는 학칙이 존재한다. 결혼, 음주, 흡연을 못하게 하는 ‘삼금(三禁)’이다. 삼금제는 1952년 육사에 처음 적용된 이래 시나브로 완화되긴 했으나 뼈대는 6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사관학교는 성직자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성직자에게나 어울릴법한 금욕을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에게 강요하는 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육사도 96년 펴낸 ‘육사 50년사’에서 삼금제도를 “시대에 뒤떨어진 허구”라고 비판한 바 있다. 졸업과 동시에 버리는 제도를 생도생활 4년 동안 신조처럼 떠받들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아예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게 육사의 논리였다.

삼금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5월 여자친구와 성관계를 한 생도를 퇴학시킨 육사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군은 삼금제를 완화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육군과 해·공군의 견해 차이가 원인이다. 최근 열린 삼금제도 개선 방안 협의에서 육군은 흡연에 유연성을 보인 반면 해·공군은 임관 후 잠수함이나 전투기 등 밀폐된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의 특성을 감안할 때 생도의 흡연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아무리 골초라도 전투기 조종 및 잠수함 근무 시 담배를 피우는 몰상식한 장교는 없다. 만 19세가 되면 부모 동의 없이도 결혼할 수 있다고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하위규범으로 결혼을 금하는 것도 난센스이고, 과도한 사생활 간섭이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