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도교회 목사 “주민들 나눠 줄 두부 만들기 바빠요”

입력 2015-02-18 02:24
두부제조기를 사용해 두부를 만들고 있는 한정배 모도교회 목사.
한정배 모도교회 목사(뒷줄 오른쪽 첫 번째)와 성도들이 설 연휴를 앞둔 16일 교회 예배당에 모여 국민일보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모도교회 제공
전남 완도군 청산면 대모도에 있는 모도교회. 540여곳에 달하는 우리나라 섬마을 교회(한국섬선교회·2014년 기준)에서 자립을 선포한 40여곳 중 하나다. 홀로서기 3년째 접어든 모도교회의 특별한 설맞이 풍경을 들어봤다.

17일 오전 전화 통화한 모도교회 한정배(57) 담임목사는 지난 주일 저녁부터 사흘째 두부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벌써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두부 만들기’는 모도교회 자립을 이끈 1등 공신이나 다름없다.

“평소에는 열흘에 한 번꼴로 두부를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눠 드리는데요, 명절을 앞두고 콩을 갖고 오는 분들이 계시면 명절 때 사용하시라고 한 판이고 두 판이고 만들어 드리죠.”

한 목사가 두부를 만들게 된 사연은 전도사로 부임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아노 조율사였던 그는 서울에서 활동하던 중 IMF 외환위기로 일을 접어야 했다. 뒤늦게 신학에 입문한 뒤 담임 전도사로 처음 부임한 모도교회의 등록 교인은 2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가가호호 다니며 전도를 했지만 반응은 쌀쌀했다. “그런 말 하려면 앞으로 우리 집에 오지 마시오.”

그 뒤 한 목사는 목회 사역의 패턴을 확 바꿨다. 구멍가게조차 없는 마을의 현실에 주목한 그는 직접 재배한 콩나물을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붕어빵을 만들어 간식을 제공했다. “외환위기 때 일감이 끊겨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 앞에서 붕어빵을 만들던 기술을 여기 섬마을에서 써먹을 줄은 몰랐어요. 하하하.”

두부제조기를 구입해 두부를 만들어 나눠주기 시작한 것도 사역 초창기 때부터다. 뿐만 아니라 도배에다 보일러 수리, 방충망 교체 등 간단한 집수리와 동네주민 대소사까지 도맡으면서 한 목사의 존재감은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언젠가 동네 어르신 한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이런 복덩이가 어디서 왔냐’고. 또 어떤 분은 ‘두부 만들 때 이 콩도 보태 쓰라’며 건네주시는가 하면 상추나 배추도 밭에서 그냥 뽑아 먹으라고 하실 정도예요. ‘아, 교회가 이제는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구나’ 가슴 깊이 느끼게 됐죠.”

모도교회 등록교인은 이달 초 현재 32명으로 모서리 인구 84명 중 38%에 달한다. 부임 초기(18명) 때와 비교하면 77.8%나 늘었다. 결산액이 2000만원을 넘어서자 2013년 11월에는 ‘자립교회 선포식’을 개최했다. 교회 창립 36년 만이었다.

이제는 성도들의 새해 소망에서도 ‘예수사랑’ ‘교회사랑’이 물씬 풍겨날 정도다.

교회의 유일한 장로인 최철환(55) 장로는 “교회가 재정적으로 안정이 되어서 담임목사님 사역을 잘 보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화(84) 권사는 “아직 믿음이 없는 자녀들이 꼭 예수님 믿고 살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 목사의 소망은 조금 거창했다. “1대 1 전도 사역으로 전환하는 첫해로 삼고 싶습니다. 발마사지를 배웠거든요.” 그는 1년 전 광주광역시까지 ‘원정’을 나가 발마사지 교육을 이틀 만에 숙지하고 왔다고 귀띔했다. 물론 전도를 하기 위해서다.

한 목사 부부는 이번 설 연휴에도 예년처럼 동네 어른들을 찾아 세배를 하며 교회 이름으로 용돈도 드릴 예정이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할 거라고 했다. “하나님, 새해에는 우리 동네 어르신들이 주님 덕분에 더욱 행복해지기를 원합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