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길 끊긴 지 70년… 우리네 기도, 통일 밀알 됐으면

입력 2015-02-18 02:22
경기도 파주 통일촌교회 강덕진 목사(오른쪽 세번째)와 성도들이 지난 13일 비무장지대(DMZ) 철책 앞에서 통일한국을 위해 뜨겁게 기도했다. 파주=강민석 선임기자
교회 앞마당에서 기도회를 갖기 전 성도들이 주기도문을 외우고 있는 모습. 파주=강민석 선임기자
지난 13일 오전 자유로가 끝나는 지점인 임진강 위 ‘통일대교’ 남단.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는 군(軍)의 삼엄한 검문이 펼쳐지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전 방문신청을 하거나 연계된 관광 상품을 이용하거나 실거주자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이곳을 지나가기란 불가능하다.

이날은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에 위치한 통일촌교회 강덕진(54) 목사가 승합차로 취재진을 맞았다.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 목적을 알린 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통일대교를 건너니 이정표가 나왔다. 직진하면 북한 개성이, 왼쪽으로는 ‘통일촌’이 표시돼 있었다.

마을 어귀에 다다르자 너른 산과 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에는 동물 사체를 찾으려는 거대한 검은 독수리 떼들이 포착됐다. 지상에선 동네 개 한 마리가 한가롭게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한쪽에는 초등학교 졸업식이, 다른 쪽에선 협동조합 정기총회로 사람들이 북적였다. 분단의 긴장이 느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한가한 풍경이었다.

마을 중앙에 있는 교회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성도들이 무언가 간절하게 기도를 하고 있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한 중보기도회’였다.

“오 주님, 올해는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저기 보이는 북녘 땅에도 그리스도의 복음이 들어가게 해 주옵소서.”

휴전선에 인접한 교회 성도들의 기도 열기는 뜨거웠다. 이들은 한복을 차려입고 비무장지대(DMZ) 철책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특히 교인 절반 이상이 실향민이라 북한 땅을 눈앞에 두고도 갈 수 없는 답답한 분단의 현실 속에 통일에 대한 열망은 더욱 간절해 보였다.

농촌목회를 하기 위해 11년 전 이 교회에 부임한 강 목사는 설교에서 광복 70주년을 통일 희년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성경에는 바빌론 제국에 포로로 잡혀갔던 유대인들이 70년 만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오는 사건이 등장합니다. 이른바 ‘바빌론 유수’입니다. 20세기 초강대국이던 옛 소련도 69년 만에 해체됐듯이 현대사에서 70년을 넘긴 절대국가 권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분단 70년을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강 목사는 이어 “이스라엘 전쟁사에서 가장 완벽한 승리의 모델인 여리고성 공략은 하나님 말씀에 전적으로 순종함으로 얻는 결과물”이라며 “분단 70년을 통일 희년으로 만드는 비결도 하나님 말씀대로 우리 삶 속에서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촌은 서부전선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안에 자리 잡은 마을로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약 3㎞ 떨어져 있다. 6·25전쟁으로 떠나야 했던 마을 주민들이 1973년 8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살기 시작했다. 현재 100여 가구 400여명 중 9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한다.

이 교회 김순조(71) 장로는 “군 제대 장병 40호, 지역 원주민 40호 등 총 80가구가 이곳에 처음 입주했다”며 통일촌 조성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원래 이곳은 황해도 땅이었고 전쟁이 끝난 뒤 경기도 파주로 편입됐어요. 그동안 지뢰를 밟아 죽거나 다친 사람도 몇 명 됩니다. 무장공비 침투사건 등 크고 작은 위기상황을 경험했고 제3땅굴도 이곳에서 발견됐지요.”

마을이 조성될 당시 교회도 같이 들어섰다. 서울 충현교회가 북한선교에 뜻을 두고 지원한 것이 통일촌교회다. 현재 교회에는 어린이를 포함해 마을 주민 50여명이 출석하고 있다. 주일에는 인근 부대의 장병 50여명도 함께 예배를 드린다.

마을 주민들은 이런저런 제약 속에서 살아야 한다.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는 통행이 전면 금지된다. 오후 8시 이후에는 정해진 구역 안에서만 영농활동을 할 수 있다. 북한과 가까운 일부 지역은 마을 주민이라도 군인이 동행해야 영농생활이 가능하다. 그래서 주민들은 남북관계가 나빠질 때마다 군인들의 움직임에 잔뜩 촉각을 곤두세운다.

기도회를 마친 성도들은 광복 70주년의 의미 때문인지 올 들어 남북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또 한 해 소망에 대한 기대감을 앞다퉈 고백했다. 통일이 될 경우 고향을 방문해야겠다는 간절한 소망 때문인지 건강을 제1 기도제목으로 꼽는 이들도 있었다.

평양이 고향인 최영주(83) 권사는 “요즘 기력이 없어 힘들지만 예배를 드릴 때마다 다시 일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마을이 조성될 때부터 살았다는 이상춘(82) 권사는 “믿음생활을 잘하게 해 달라고 간구한다”고 전했다.

소박한 주민들에게 복음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자신의 역할이 누구보다 크다는 것을 강 목사는 잘 안다. 그래서 그는 시간 날 때마다 심방을 다니는 등 지역 주민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전도를 중시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예수 사랑을 전하기도 한다. 한 가정이 구원될 때마다 기쁨이 샘솟는다고 했다.

강 목사는 “민통선 내 지역이지만 최근 마을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관광수입이 늘어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마을 주민을 섬기고 북한선교의 전초기지로 복음통일에 앞장서는 교회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파주=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