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이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2위에 오른 것은 어려웠던 시절, 가난해도 단란했던 가족애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내용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우리는 풍부한 소비재와 먹거리들로 가득 찬 시대에 살고 있다. 곧 다가올 설에도 푸짐한 명절음식들이 우리를 즐겁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풍요에 익숙해져서일까? 일부 음식점에서 내놓는 많은 반찬들에서 볼 수 있듯 우리는 다 소화하지도 못하면서 으레 지나치게 음식을 준비하곤 한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우리는 고단한 삶을 이어나가야 했다. 그 시절 먹을거리는 아주 소중하여, 밥풀 몇 알도 쉬이 버리는 일이 없었다. 지금은 음식을 마구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격세지감(隔世之感)마저 느낄 만하다. 과거처럼 부족한 식량을 우려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식탐에 의해 허비되는 자원(資源)을 걱정해야 할 시점이다.
음식을 탐하는 마음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은 약 460만t에 달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조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음식이 낭비되면서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은 상승하고, 수거·처리 과정에서의 악취와 온실가스 배출 증가 등 환경 피해가 발생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공생의 가치를 중요시 여기며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온 민족이다. 늦가을에 감을 수확할 때 새들을 위한 ‘까치밥’을 남겨두는가 하면, 개울 경계에 ‘물챙이’를 만들어 오물이 아랫마을을 더럽히지 않도록 수질오염 방지 시설도 설치했다. 이러한 우리의 인식은 해월 최시형 선생의 “밥 한 그릇에서 만사를 안다(食一碗萬事知)”는 말씀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밥 한 그릇 안에는 태양, 비바람, 대지, 볍씨, 농부의 피와 땀이 하나된 대자연의 조화가 담겨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음식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필요한 만큼의 식생활을 영위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풍성한 식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만물은 순환하며 우리가 버리는 것이 결국 우리가 먹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버려지는 것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곧 설이다. 간소하고 알뜰한 상차림으로 행복한 명절을 만들어보자.
정연만(환경부 차관)
[기고-정연만] 간소하고 알뜰한 상차림으로 행복한 명절되길
입력 2015-02-18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