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우리도 놓아 주소서

입력 2015-02-18 02:38

시므온은 예루살렘의 위로를 기다리는 자였습니다. 예루살렘의 위로를 기다린다는 것은 조국 이스라엘이 로마 식민지 상황에서 벗어나 독립할 것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떠난 이스라엘 백성은 바벨론 포로 이후에 시므온의 때까지 하나님의 위로가 계속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런 암울한 상황이 깊어질수록 이스라엘 백성은 그들을 구원할 메시아를 더욱 기다리게 됐습니다. 시므온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예루살렘의 위로, 즉 메시아를 기다리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시므온의 사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의 그리스도를 만나기 전에는 죽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성전에서 부모와 함께 온 아기 예수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그가 외치는 첫 번째 소리는 “주재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종을 평안히 놓아 주시는도다”(29절)입니다. 그가 외친 말은 “내가 그리스도를 보았다”라고 외치면서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사명에서 놓임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그의 사명의 중압감이 컸던 것을 반증합니다. 시므온의 고백은 라틴어로 ‘Nunc Dimittis’라는 첫 번째 가사를 따 찬송시로 전해집니다.

누구나 이 땅에 사명을 지니고 태어납니다. 요즘 상영 중인 영화 ‘국제시장’의 마지막 장면 중 주인공의 독백이 시므온의 고백과 많이 닮았습니다. 주인공은 1950년 11월 흥남부두에서 일가족이 필사적으로 미군의 배에 올랐을 때 자신의 등에 업혀 있던 여동생을 잃어버립니다. 아버지는 그 여동생을 찾는다고 배에서 내려가면서 주인공인 큰아들에게 ”이제는 네가 가장이다, 부산 국제시장에 가서 꽃분이네 가게를 찾아가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부산 피난생활에서 주인공 가족은 억척스레 삶을 꾸려갑니다. 주인공은 60년대 파독광부로, 70년대 월남전에 기술자로 파견되면서 가족을 일구며 고모가 운영하던 꽃분이네 옷감가게도 인수합니다. 80년대에는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에 나가 뜻밖에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았습니다. 시간은 다시 현재로 돌아와 주인공은 그동안 주위에서 팔라고 요청해 온 꽃분이네 가게를 내놓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사진을 보면서 부산 사투리로 혼자 고백합니다. “아버지 저 잘살았지에.”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이면서 홀로 흐느낍니다. “근데, 저 진짜 힘들었어예.” 그가 그동안 꽃분이네 가게를 지킨 것은 ‘아버지가 혹시라도 찾아올 수 있을까’ 해서 그랬던 것이며 아버지를 만나면 가정을 이렇게 지켰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이렇게 사명의 중압감이 있습니다. 하물며 부름을 좇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얼마나 큰 중압감이 있겠습니까. 19일은 민족의 명절 설날입니다. 하지만 이산의 아픔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분단의 아픔을 복음으로 치유해야 하는 무거운 시대의 사명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시므온의 고백(Nunc dimittis)처럼,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 되신 예수님이 하라고 하실 때까지 우리는 무겁지만 묵묵히 사명의 길을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하광민 목사(생명나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