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넓히는 IS… 기독교·이슬람 종교갈등 노림수?

입력 2015-02-17 03:45 수정 2015-02-17 09:02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무릎을 꿇은 이집트 콥트교도들 뒤로 복면을 쓴 이슬람국가(IS) 대원들이 칼을 들이대고 있다. IS는 15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십자가의 국가에 보내는 피로 새긴 메시지’라는 제목으로 콥트교도들을 참수한 영상을 공개했다. 유튜브 캡처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집트인 콥트교도 21명을 참수했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국제사회에 잔혹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IS가 종교적 이유로 인질을 집단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의 IS 대(對) 반(反)IS 전선이라는 구도를 이슬람교 대 기독교 간의 갈등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실제 IS는 15일(현지시간) 콥트교도 살해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기독교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무슬림 여성들이 콥트교도들로부터 박해를 받았기 때문에 복수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에는 영문 홍보잡지 ‘다비크’를 통해 “무슬림 여성이 콥트교도에게 박해받는 데 대한 복수를 하려고 이번 달에 콥트교도들을 생포했다”고 주장했다. IS는 “박해받은 여성들은 카밀리아 셰하타 자키르, 와파 콘스탄틴”이라고 소개하면서 “예전엔 이집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어려웠지만 지금은 IS의 세력이 세계적이기 때문에 콥트교도들을 잡기 쉽다”고 과시했다.

이에 이집트 기독교 종파인 콥트교회는 “조국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응징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랍 세계에서 가장 큰 기독교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콥트교회는 이집트에서 민족 종교의 형태로 발전해 왔다. 현재 콥트교도는 850만명으로 이집트 인구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집트군은 즉각적인 보복에 나섰고 16일 두 차례 공습을 가해 IS 대원 최소 40여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집트군은 이번 공습이 “피에 대한 복수이자 살인자들에게 보복을 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IS가 자국 조종사를 살해하면서 ‘IS와의 전쟁’에 돌입한 요르단에 이어 이집트까지 반IS 중동국가 대열에 합류했음을 의미한다.

세속주의 세력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그간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 반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상대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여왔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온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탄압과도 맞물려 대외 명분을 위해서라도 IS와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에 등장한 괴한들은 “우리는 알라의 허가에 따라 로마를 정복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기독교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참수 장소인 리비아의 북부 해안은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 남부와 마주보고 있다. 이탈리아는 최근 리비아의 IS 세력에 맞설 다국적군을 선도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IS가 기독교와 이슬람이 혼재된 반IS 진영 내부의 종교 갈등을 의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방 국가들은 IS의 콥트교도 참수를 규탄하고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IS의 잔인함은 한이 없다. 신앙도, 종파도, 민족도 없다”면서 “이런 잔혹함이 IS에 대적하는 세계 공동체를 더욱 굳건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이번 야만 행위는 프랑스와 동맹국들이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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