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리조트 참사 1년, 아물지 않은 상처… 말뿐인 대책

입력 2015-02-17 02:31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열린 신입생 환영회에서 체육관 붕괴 참사로 10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다친 지 17일로 1년이 됐다.

부산외대는 사고 1주기를 맞아 남산동 캠퍼스 내 체육관에 학생들을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16일 밝혔다. 학교 측은 다음 달 비즈니스테크센터 인근에 의사자로 지정된 고 양성호 학생의 흉상과 추모비 건립 등을 위해 유족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그러나 참사 이후 사망자 가족과 부상자들의 여전히 아물지 않아 유가족과 부상자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딸을 잃은 한 어머니는 “사고 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분명한 건 우리 아이가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라며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정말 견딜 수 없이 힘들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금쪽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뿐만 아니라 직접 피해를 당한 학생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로 허리를 다쳐 8주 진단을 받았던 A씨(여·20)는 지난해 3개월 동안 병원 치료를 받고 현재 외상은 회복됐지만 “사고가 났던 체육관이 떠올라 무섭고 온몸이 떨린다”며 “특히 강당같이 폐쇄된 곳에는 들어가기조차 겁나서 아예 피하게 된다”고 몸서리를 쳤다.

아직 치료가 필요한 학생들도 사고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며 괴로워하고 있다.

당시 크게 다친 5명의 학생 가운데 1명은 추가 수술이 필요한 심각한 상황에 놓였고, 나머지 4명은 힘든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치료와 학업을 병행하기 어려워 지난해 휴학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사고 후 학생들의 정신·심리치료를 위해 학내에 심리상담센터를 운영 중이다. 그동안 사고 트라우마로 상담을 거쳐 치료까지 이어진 사례만 600건이 넘었다.

사고 당시 충격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문화가 일부 변한 것 외에는 사회 곳곳에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 정부의 각종 대책도 겉돌고 있다.

노후시설과 다중이용시설 등 특정관리대상시설 관리주체에 안전점검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지난해 말 개정돼 올 12월 31일에야 시행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재발방지를 위해 입시체육학원과 시뮬레이션체육시설 등을 ‘신고체육시설’로 지정하고 시설·안전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