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사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16일 국회에서 가까스로 통과되면서 박근혜정부는 ‘친박(친박근혜) 중진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향후 국정 난맥을 풀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큰 내상을 안고 있는 이 총리의 책임총리 역할은 벌써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눈덩이처럼 커진 의혹에 무너진 대야 관계=이 총리가 원내대표 시절 세월호 특별법 협상 등을 이끌면서 자신감을 보였던 ‘대야 관계’도 무너진 상태다. 이 총리가 야당의 ‘자진 사퇴’ 요구와 여론조사 제안 등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국회 인준 관문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뜻과 반대로 임명동의안을 강행 처리하면 이후 벌어질 정치적 책임은 집권 여당에 있다”면서 “국민 뜻에 역행하는 것은 국민과 싸우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박근혜정부와의 전면전’을 예고하면서 대여 강경 투쟁에 시동을 건 상황이다.
무엇보다 병역과 재산 문제에다 ‘언론 외압’ 의혹까지 더해져 이 총리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싸늘하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경제 살리기와 공무원연금·공기업·규제 등 ‘3대 개혁’을 힘 있게 밀어붙일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권에선 조만간 단행될 개각 효과 또한 반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꼼수 증세’와 연말정산 문제, 건강보험료 개편 백지화 논란 등으로 성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승부수로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당장 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 활성화와 관련한 12개 법안을 처리하는 데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李, 상처 씻고 역할 맡을까=현재로선 큰 상처를 안고 있는 이 총리가 주도적으로 내각을 통할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어렵게 낳은 이 총리 카드가 ‘미숙아’로 그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박근혜정부로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집권 3년차를 허비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 총리가 충남도지사 등 공직자로서 오랜 경험을 쌓았고 친박(친박근혜) 원내대표 출신으로서 당정청 가교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당했었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로 꾸려진 ‘비주류 투톱’ 체제에서 이 총리가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청와대가 멍석을 깔아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이례적으로 행정부 주요 포스트에 새누리당 원내대표 출신 3인이 포진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청와대는 개각 시기에 대해 ‘이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절차가 마무리된 다음’이라고 못 박으면서 거듭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총리는 청문회장에서 “야당과 소통하고 국민 말씀을 경청해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하겠다”면서 책임총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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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17 02:49 수정 2015-02-17 17:22